'듣기 싫은 소리 듣기 십상이고, 매일 술만 먹고, 돈만 많이 쓰는'직군(職群)으로 여겨져 모두가 기피하는 자리였던 홍보맨! 그랬던 관공서 및 기업체 홍보맨들의 위상이 최근 들어 확 달라지고 있다. 관공서 및 기업 이미지 제고와 인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홍보맨들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 하는 일 없이 노는 자리, 구조조정의 1순위로 꼽혔던 몇년 전과 달리 요즘 홍보맨의 주가가 상한가를 치고 있는 것.
우선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단행된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인사를 보면 홍보맨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김익환 기아자동차 부회장 경우 2000년 홍보실장 등을 지낸 대표적인 홍보맨. 27년간 에쓰오일 홍보를 책임져온 김동철 부사장은 올초 관리담당 수석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에쓰오일에서 수석부사장은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서 파견된 CEO를 제외하면 최고위직이라는 것.
윤석만 포스코 사장도 대표적인 홍보맨 출신 CEO로 꼽힌다. 1974년 공채로 입사해 30년 가까이 홍보 및 마케팅 업무를 맡아 왔다. 재계에서 '홍보맨' 출신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자리에 올랐다는 평을 듣는 인물이다. 김상영 포스코 홍보실담당 상무도 지난 2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증권업계에서도 홍보맨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한국투자증권 노순석 전무 경우 1984년 LG데이콤에 입사, 홍보일을 시작한 이후 팬택그룹과 한국증권 등에서 24년간 홍보만 전담했다. 홍보팀장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는 경우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증권업계의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면서 상품개발 뿐만 아니라 판매를 위한 광고와 홍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대구시와 경북도 등 관공서에서도 홍보업무를 맡은 홍보맨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구시 경우만 해도 8개 구·군청 가운데 4개 구·군청의 부구청장·부군수를 공보관 출신이 맡고 있다. 경북도에서도 공보관 자리는 부시장 또는 부군수로 영전하는 요직으로 꼽힐 정도다. 대구 경찰에서도 경찰서장 9명 중 3명이 공보관 출신. 최근 일부 정부 부처에서는 공보관 직책을 대변인으로 바꾸는 등 홍보맨들에게 힘이 실리고 있는 추세다.
'홍보맨 전성시대'가 활짝 열린 것은 홍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된 덕분이다. 과거에는 홍보의 중요성을 간과했던 기업과 관공서들이 기업의 도덕성 문제, 업무추진 등에서 홍보의 역할을 새삼 자각하면서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홍보 라인으로 배치하고, 여기에서 능력을 발휘해 고속 승진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권오현 화성산업(주)동아백화점 홍보팀장은 "홍보맨은 최고 경영진과 마인드와 호흡을 같이 해야 한다"며 "그분들의 생각을 읽고, 일을 하는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트레이닝을 거치게 된다"고 얘기했다. 회사 전반에 대해 거시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점, 위기가 왔을 때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점도 홍보맨을 하면서 쌓을 수 있는 강점들로 꼽힌다. 아직도 개인 시간이 별로 없다는 등의 단점도 없지 않지만 최근 들어서는 젊은층에서 '홍보맨'을 자원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대구시 정책홍보관을 지낸 김병규 동구 부구청장은 "홍보맨은 업무 능력은 물론 기관장이나 CEO가 어떤 생각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를 잘 파악하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능동적인 일처리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폭넓은 인간관계를 홍보맨이 지녀야 할 덕목으로 꼽았다. 조직에서 유능한 홍보맨으로 평가받는다면 어떤 부서에 배치하더라도 제몫 이상의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받을 정도로 홍보맨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전·현직 홍보맨들의 이구동성이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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