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미정의 별의 별이야기]마야

부드럽게, 편안하게 … "희망을 부르고 싶어요"

가수 마야(32)가 1년 반 만에 4집 앨범 '마야 포(Maya Four)'로 돌아왔다. 부지런한 가수 마야는 2003년 데뷔 후 1년 반을 주기로 꼬박꼬박 정규 앨범을 내며, 팬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그러나 음악적인 색깔은 앨범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초기 '진달래꽃'에서 엿보이던 야생의 보컬은 3집을 거치면서 매끄럽게 다듬어졌다. 앞으로 내지르는 듯한 직선적인 창법도 부드러움과 기교를 담아 한결 듣기 편해졌다.

"노래에 감정을 싣고 싶었어요. 김창완의 '어머니와 고등어'를 들어보면, 그 노래가 꼭 굴곡이 있고 세련돼 감동을 주는 게 아니란 걸 알 수 있잖아요. 강하고 센 것과 함께 섬세함으로 감동을 드리고 싶었죠."

타이틀곡 '그 흔한 반지도'에는 마야의 그런 의도가 잘 녹아 있다. 힘을 뺀 담백한 보이스에 '그 흔한 반지도 없고 영화와 여행, 쇼핑 등 남들에게는 당연한 것들을 할 수 없지만 희망만은 절대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패션 등 앨범 분위기도 편안하게 했다. 꾸미고 치장한 채 희망을 노래하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에 자연스럽고 편안한 복장으로 무대를 연출하고 있다.

2003년 27세의 나이로 데뷔한 마야는 남들보다 좀 늦은 시작 때문에 조바심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여유가 많이 생겼다. 그런 여유가 이번 앨범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수록곡 가운데 '1995…그 봄'이 마야의 힘든 시절을 추억으로 담은 노래다. 95년은 마야가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불안감과 초조를 경험한 시기다.

음악을 해야겠다는 의지는 강했지만 공부도 잘 했던 그의 선택을 가족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뷔 초기 마야의 아버지는 "가수가 될 거면 호적을 파 가라"고 했을 정도로 반대가 극심했다. 집에서는 공부 잘 하는 딸이 공무원이 될 줄로만 알고 있었다. 노래는 그냥 취미 생활로만 생각했다. 딸이 '딴따라'가 된다는 말에 가족들은 그와의 인연을 거의 끊다시피 했다.

그랬던 아버지와의 갈등에 대해서도 마야는 이제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됐다. 오히려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발자국'이란 노래에 담았다. 마야의 아버지는 현재 당뇨합병증으로 앞을 잘 보지 못하는 상태. 그런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을 '추운 겨울 대학 졸업식날 잘 커줘서 고맙다 하신 그때 주머니 속 꼬깃한 용돈을 내손에 쥐어주시던 그 손을 잡고 처음 나선 길 이젠 홀로 걸어가는 길'이란 가사로 표현했다.

"아버지에 대한 빗장은 사실 이제야 열렸어요. 아버지가 지금은 주변에 딸 자랑을 너무 하고 다니시죠. 그렇다고 '효녀'는 아닙니다. 남들이 다 하는 정도에요."

이밖에도 이 앨범에는 모던록, 라운지, 힙합,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음악이 담겼다.'마이 아리랑'은 펑키한 리듬과 힙합비트, 강력한 록 음악이 한데 어우러진 축제 음악.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민요'아리랑'이 흥겹게 춤을 출 수 있는 '파티 록'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중독성 있는 후렴구가 인상적인'스토리 인 유어 아이즈(Story In Your Eyes)', 거침없이 내지르는 마야의 보컬이 눈에 띄는'꽈배기'등이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족과의 갈등도 끝났고 음악적인 여유도 생겼다. 이젠 슬슬 스캔들도 하나 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은데 마야는 오히려 코웃음이다.

"여지가 있어야 스캔들이 나죠. 스케줄이 없으면 매일 집에만 있는걸요. 집에서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책보도 음악 듣고 연주하고 영화보고, 요즘은 사진에 푹 빠져 있어요. 남자를 만날 시간이 없는 걸요."

집에 있다가 답답하면 자신의 스쿠터를 끌고 나와 인근의 대형 서점에 가서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너무나 알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아서 남자니, 결혼이니 하는 얘긴 피부에 와 닿질 않는다. 지난해 나왔던'마야가 가수 김태우를 좋아한다'는 요지의 기사에 대해서도 그는 할말이 있었다.

"방송에서 김제동씨가 저에게 좋아하는 가수가 있느냐고 묻기에 그냥 장난처럼 얘기를 했는데 그렇게 됐네요. 나중에 김태우를 만나서 자초지종을 얘기하니까 좋아하던데요. 자작극이긴 했지만 '아이돌 스타' 출신과 소문이 나서 좋았어요."

남자에 대한 미련은 없지만 활동에 대한 욕심은 넘친다. 2003년 드라마'보디가드'에 출연해 그해 '연기대상 신인상'까지 거머쥐었던 마야는 좋은 작품을 통해 연기자로 팬들과 만날 생각도 있다.

가수 활동은 기본이다. 조만간 공연을 통해 새 노래를 팬들에게 들려 줄 생각이다. 중국어를 잘 하니까 중국에서 활동해 볼 욕심도 있다.

"사람들이 제 노래를 듣고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사랑 노래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부르잖아요. 저는 있는 그대로의 삶을 노래하는 가수가 될래요."

인순이나 패티김 같은, 오래도록 팬들과 호흡하는 가수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마야. 조금 늦은 데뷔는 마야에게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고 있다. 연예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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