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 심영섭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초대회장

영화평론가 심영섭(42). 이름 때문인지, 아니면 영화를 분석하는 파워풀한 힘 때문인지 아직도 남자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영화평론가로 이름이 높지만, 그녀는 심리학자다. 이름도 본명(김수지) 대신 '심리학과 영화를 섭렵한'이란 뜻의 필명을 쓰고 있다.

심리학과 영화의 만남, '영화치료'로 귀결된다. 그가 31일 고려대에서 열리는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KOSIC) 창립총회에서 초대 회장으로 선임된다. "영화치료는 미국에서 1990년대 초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 색다른 분야로 영화의 힘을 통해 심리적 통찰과 치유적 효과를 거두는 것을 말합니다."

그는 한국에서 영화치료의 개척자로 통한다. 영상치료센터 '사이'와 한국영상응용연구소 대표로서 수년 전부터 영화치료의 저변확대에 힘쓰고 있다. 매년 심리치유 효과가 있는 10대 힐링시네마 리스트를 발표하고 있으며 3년간 30여 차례 영화치료 워크숍을 가졌다.

"영화의 힘은 대단합니다. 영화를 보고 울거나, 중대한 결심을 한 기억이 있다면 영화로 치유된 경험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셀프 매트릭스' '탈동일시 기법' 등 프로그램에 대한 노하우도 많이 가지고 있다. 특히 여성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비디오 다이어리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다문화가정이나 성매매 여성,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에게 특히 치료효과를 많이 보았다"고 했다. 매 맞는 여성이 자신의 모습을 찍은 비디오를 보고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을 되찾는 경우다.

"영화는 소통의 도구이자 고민을 털어놓는 가상의 친구"라는 그는 "영화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화를 본 후 등장인물이나 상황을 의식적으로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9·11테러를 소재로 한 '레인 오버 미' 같은 영화를 본 후 마음을 열지 못하는 주인공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남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영화가 소모되지 않고 남아서 내 마음과 공명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삼성, 한화, 현대 등 대기업을 대상으로 '비전 시네마'를 강연하고 있다. 영화가 상처받은 이의 치유(힐링)에 이어 비전 제시까지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한국영화영상치료학회에는 서울대 의대 김재원 교수(신경정신과)와 고려대 교육대학원의 이상민 교수, 우석대 영화과 남완석 교수 등이 임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대구지역에서는 경산에서 시네마테라피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는 김은지씨가 참여한다.

"학회는 영화치료사를 배출하는 공인기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영화치료의 보급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에 학과를 만들어 학제화하는 작업이 시급한 과제다.

"영화는 행복을 전해주는 만국어입니다. 어느 장르보다 접근이 용이하고요. 그렇게 볼 때 누구에게나 가장 친근한 친구인 셈이죠."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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