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일곱의 이상목(삼성 라이온즈)에게 젊은 시절 뿌려대던 강속구는 사라진 지 오래다. 지난 시즌 후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된 그는 더 이상 마운드에 서기 힘들었던 처지에서 친정팀 삼성의 손짓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삼성 구단이 이상목에게 거는 기대는 그리 크지는 않았다. 선발 투수진에 공백이 생길 때 이를 메워주는 역할이 당초 그가 맡은 임무였다.
지난해 롯데에서 1승4패, 평균자책점 6.69에 그친 노장 투수의 성공을 점치는 이들은 적었다. 하지만 팔꿈치 수술을 받은 배영수의 상태가 완전치 않고 전병호가 일찌감치 2군에 내려가는 바람에 이상목은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고 흔들리는 선발 투수진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됐다. 포크볼과 절묘한 완급 조절 능력을 바탕으로 호투를 이어간 것.
이상목은 16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6이닝 3실점, 23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7과 1/3이닝 5실점(4자책점)으로 승리를 챙기더니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우리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시즌 네번째 승리를 거뒀다. 6이닝 5피안타 무실점의 역투. 삼진 6개를 추가, 프로야구 역대 투수 12번째로 1천200탈삼진을 달성했고 개인 통산 100승에도 2승만을 남겼다.
노장 투수가 14년만에 돌아온 고향팀에서 '부활의 노래'를 부르자 젊어진 타선이 화답했다. 23, 24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15, 16안타를 치고 27, 28일 우리전에서도 21, 7안타를 날렸던 타선은 이날도 폭발, 17안타를 때려냈다. 투타가 조화를 이루자 '천적'도 무섭지 않았다. 7대2로 우리를 꺾은 삼성은 목동 3연전을 싹쓸이하며 상위권 진입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최근 잠시 주춤했던 신예 최형우는 28일 홈으로 뛰어들다 오른쪽 무릎 타박상을 입은 박한이 대신 3번 타자로 출장해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타선을 이끌었다. 백업 수비수 3인방인 강봉규(5타수 4안타 1타점), 김재걸(3타수 2안타 1타점), 김창희(4타수 1안타 1타점)의 방망이도 불을 뿜었다. 백업 포수 심광호(5타수 3안타 1타점)도 덩달아 힘을 냈다.
삼성은 이날 선발 이상목의 호투를 발판 삼아 2회 김재걸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은 뒤 4회 4점을 보태 승부를 갈랐다. 1사 3루에서 심광호의 적시타, 강봉규의 중월 2루타로 2점을 보탰고 이어진 2사 2, 3루 기회에서 최형우가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날려 5대0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우리는 7, 8회 1점씩 냈지만 더 추격하기에는 힘이 부쳤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29일 야구 전적
삼성 010 400 200-7
우리 000 000 110-2
▷삼성 투수=이상목(4승) 권오준(7회) 권오원(7회) 김기태(8회) 백정현(9회) 정홍준(9회) ▷우리 투수=스코비(5패) 김영민(4회) 박준수(7회) 장태종(8회)
한화 4-1 롯데
두산 8-3 LG
SK 7-2 KIA
■30일 선발투수
삼성 정현욱-SK 이승호(대구)
두산 김명제-KIA 이범석(잠실)
우리 마일영-롯데 장원준(목동)
한화 류현진-LG 정찬헌(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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