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화재단을 대표함과 동시에 실질적인 재단 업무를 담당할 대표이사로 외부 인사를 영입한다(본지 29일자 1면 보도)는 대구시의 방침이 알려지자 대구예총을 중심으로 한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즉각적인 반대 의사를 밝혔다. 문화재단이 대표사업으로 '문화창작지원사업'과 '예술전문가 육성사업'을 주장하면서도 막상 지역예술인들을 소외시키는 방향으로 기본안 방향이 잡히자 이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최영은 대구예총 회장은 "대표이사 인선에 '지역인사 배제'라는 가이드라인을 정한 대구시를 이해하기 힘들다"며 재단이 문화예술인들의 현장 목소리와 동떨어진 사업을 추진하게 될 것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또 지역의 문화예술전문인력 육성이란 차원에서 대표이사 외에도 지역의 전문가들이 문화재단의 조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예술인들이 주축이 될 문화재단 사업에 자칫 이들이 소외될 경우 재단의 존립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용재 박사(대구경북연구원 도시사회연구)는 "지금까지는 대구시가 문화예술 관련 예산 분배 등을 주도해 와 각종 기획이나 평가역할을 할 전문가가 필요없었다"며 "이젠 대구문화재단을 통해서 지역의 문화예술전문가를 키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사장의 권한도 대표이사에게로 대폭 이전할 것을 주문했다. "대구시장이 이사장이 된 이상 대표이사의 업무 역시 기금 마련이나 조직의 공고화 등으로 한정돼야 하며, 지역 문화계를 대표하는 상징성도 동시에 띠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의 방침대로 외부 인사가 대표이사가 될 경우엔 문화 현장의 목소리를 대표이사에게 반영할 수 있는 사무처장과 같은 직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대구문화재단 이사장이 대구시장으로 임명된 데다 대표이사 역시 공모가 아닌 추천제를 통해 시장이 임명할 것으로 전해지자 문화재단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대구시는 문화예술진흥기금 44억원과 공연·무대 사업비 등 각종 예산을 심사를 통해 지역 문화예술인들에게 할당하고 있다. 이 같은 시 주도의 문화행정으로 인해 그동안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은 대구시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했고 이는 경쟁력 상실과 창작사업 부재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전문인력 육성에도 악영향을 끼쳐왔다.
문화재단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문화계와 시, 학계의 동의를 받아 설립이 추진되어 왔다. 하지만 현재 알려진 문화재단의 밑그림은 이때까지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어차피 시장이 임명할 대표이사가 문화재단의 사업을 좌지우지할 수밖에 없어 시의 개입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방법은 대구시의 개입을 줄일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예산으로 시작하는 재단은 사실상 시의 개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문화재단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한 민주식 영남대학교 예술행정학과 교수는 "현 체제에서 대구시의 개입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전문위원과 이사진 추천심의위원 등을 두는 것과 동시에 이들의 권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구시는 내년 1월 문화재단을 출범시킨 후 메세나(기업 후원) 운동이나 수익사업을 통해 재단 기금을 500억원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입장은 회의적이다. 공익사업을 통해 수익을 낸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데다 그동안 대구·경북에서 진행된 메세나 운동 역시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보다는 강제적으로 끌어들인 측면이 강한 만큼 그 실효성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금동엽 대구 동구문화체육회관장은 "재단의 사업 방향이 수익성 사업으로 흐를 경우 자칫 재단의 공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는 "기금조성 행사나 기금의 펀드운용 등을 통해 기금조성 방법을 다각화시켜야 한다"며 기금 조성방법의 구체화를 요구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