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종문의 펀펀야구] 볼카운트에 따른 투타 심리전

적당한 긴장감은 인생의 약이 된다. 야구에서 볼카운트에 따른 타자의 심리 변화를 살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모든 게임의 출발선에선 설레이지만 누구나 자신감에 차 있다. 그것이 주자가 없을 때 초구를 기다리는 타자의 심리다. 시작이 없었으니 걱정도 없지만 기대에 부풀어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는 상태인 것이다. 이때 대부분의 타자는 한가운데서 몸쪽으로 15도 이내 각도에 들어오는 약간 높은 공을 노린다. 많은 연습을 통해 가장 치기 쉽고 타구도 가장 멀리 날아 가는 코스이기 때문.

그래서 투수들은 카운트를 잡는 초구를 외각(바같쪽)의 낮은 코너를 선택하는 것이다. 만약 초구가 볼이 되었다면 타자는 초구보다 더 편한 마음으로 큰 스윙을 준비한다. "스트라이크존을 더 좁힌다"는 용어를 이때 쓰는데 자연스럽게 한가운데를 의식하게 된다.

그러나 초구에 스트라이크가 되었다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이때는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에 대해서 더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투스트라이크라는 더 큰 위기에 몰리게 되니 스트라이크가 될 것이라고 느껴지는 투구에 대해 반사적으로 스윙을 하는 것. 이럴 때 투수들은 싱커성인 SF(스플릿 핑거)볼이나 커브를 던져 스트라이크존에서 상하로 변화를 줌으로써 급한 심리를 이용해 헛스윙을 유도하려 한다.

두 번째 투구도 볼이 되어 투볼 상황이 되면 타자는 심리적으로 더 여유를 얻는다. 길목에서 사냥감을 노리듯 편한 마음으로 더 치기 좋은 코스와 구질을 노린다. 그러나 반대로 투스라이크가 되었다면 타자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대비할 것이다. 이제 스트라이크가 추가된다면 아웃이 되므로 스트라이크로 선언될 수 있는 모든 유형의 투구에 반응한다.

TV중계에서 보듯이 이때 투수가 볼카운트 하나를 확실하게 버리는 이유는 볼을 쳐서도 안타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의외로 높기 때문이며 타자의 긴장감을 늦추기 위해서이다. 신기하게도 투스트라크 원볼이 되면 타자는 투스트라이크 때처럼 무모하게 덤비지 않는다. 대신 스트라이크성 투구는 커트를 하면서 조심스럽게 변해간다.

이러한 현상은 투스라이크 투볼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된다. 불리한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길을 찾아가려는 조심성이 발동하면서 스윙의 폭도 줄어든다. 이럴 때 볼끝의 움직임이 좋은 투수라면 유익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투스트라이크 쓰리볼이 되면 타자는 스트라이크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스트라이크의 상황과 흡사하게 변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변수고 원칙은 없다. 다만 넉넉하고 부족함에 따라서 타자는 심리적 변화를 일으키며 시시각각 변한다. 기록에서 보듯 쓰리볼보다 투스라이크 노볼에서 홈런이 더 많이 나오는 것도 사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사람은 더 열심히 살기 때문일 게다.

최종문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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