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새로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고시, 이 내용이 다음달 2, 3일쯤 관보에 게재되면 '쇠고기 시장의 지도'가 바뀌게 된다.
지금까지는 광우병 위험 논란 때문에 뼈가 붙은 미국산 쇠고기는 수입이 안되고 살코기만 수입, 사실상 미국산 쇠고기가 소비자들의 입맛을 당겨내지 못했지만 이제 LA갈비 등 뼈붙은 쇠고기가 들어오게 된 것이다.
대구경북을 비롯해 국내 유통시장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백화점과 대형소매점들은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하지 않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수입업자들이 발빠르게 수입에 나설 것으로 보여 대규모 유통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무엇이 달라지나?
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수입위생조건을 들여다보면 30개월 미만 소의 편도와 소장끝, 30개월 이상 소의 편도·소장끝·뇌·눈·척수·머리뼈·등뼈 등 광우병위험물질(SRM)을 빼고는 모든 월령·부위의 수입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쇠고기 수입 시기는 이 고시가 정부 관보에 게재되는(통상 고시후 2, 3일이 걸린다) 다음달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뼛조각이 발견되면서 국내 항구와 창고 등에 묶여 있던 5천300t도 조만간 검역이 재개돼 유통된다. 늦어도 다음달 9일 정도가 되면 검역이 이뤄져 유통될 수 있다는 의미.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계는 갈비와 등심 등 구이용 쇠고기를 집중적으로 들여올 방침이다.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할 때 늦어도 7월 중순엔 원하는 물량이 들어올 것이라고 이들 업체는 내다봤다.
서울의 쇠고기 수입업체 한 관계자는 "수요가 많긴 하지만 광우병 의심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이 싫어하는 내장 꼬리 우족 등의 부산물은 가급적 들여오지 않고 구이용 쇠고기를 수입할 것"이라며 "광우병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30개월 미만의 물량, 즉 24개월 정도된 소에 수입물량이 집중될 것이고 수입 초기인만큼 고급육에 치중하는 업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업자들은 중저가 고기를 파는 소형 식당 위주로 1차 납품을 해보고 반응에 따라 급식업체 등으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수입업자들은 과거 미국산 LA갈비가 우리나라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만큼 장기적으로는 국내 쇠고기 시장 장악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유통업체들은 "안판다" 한목소리
대구시내 백화점들은 "안전성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는 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형소매점도 사정은 마찬가지. 판매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대형소매점들은 내심 팔고는 싶지만 농민단체 등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다.
대구시내 한 대형소매점 관계자는 "당장은 팔지 않을 것이며 향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이 본점의 입장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패스트푸드점과 패밀리 레스토랑도 당분간은 미국산 쇠고기를 쓰지 않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1995년 이후부터 호주산과 뉴질랜드산 쇠고기만 사용하고 있으며 버거킹도 1984년 한국에 진출하면서부터 호주·뉴질랜드산 쇠고기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 논란이 시작된 2000년대 초반부터 100% 호주산만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단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정부의 고시 강행과 관련,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안전성'을 우려했다.
이들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즉각적인 수입중단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는 '부칙'을 통해 수입 중단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국제법에 근거한 통상적 권리 확인일 뿐, 실제로는 수입중단이 어렵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경실련은 이와 관련, "정부는 종전처럼 광우병 발병위험이 없는 30개월 미만의 살코기만을 수입해야한다"는 성명을 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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