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청 이전 예정지 결정을 일주일여 앞두고 경북지역 국회의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청 이전 후보지 신청을 한 지역구 의원들은 저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지역구가 도청 이전의 최적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심사과정에 개입할 수 없어 애만 태우고 있다. 특히 이전적격지 심사가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어 정치권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데도 지역 자치단체장들이나 지역주민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공공연하게 요구하고 있어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역의원들은 나설 수도 없고 나서지 않을 수도 없는, 곤란한 입장에 빠졌다.
29일 서울 여의도에서 오찬모임을 가진 경북 북부의 6개 지역구 의원들의 표정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역력했다. 이날 모임을 주도한 장윤석(영주), 정해걸(군위·의성·청송), 성윤환(상주), 이한성(문경·예천) 의원 등 4명은 "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해 도청은 북부지역으로 이전돼야 한다"며 "후보지 심사 과정에서도 이 점이 충분히 고려되기를 기대한다"는 공동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들 모두 도청이전을 둘러싸고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 '선'을 넘지 않으려는 모습도 엿보였다. 정 의원은 "너무 민감한 문제인 탓에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는 인상을 줄 경우, 동남권 의원들을 자극할 수도 있다"며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하지만 이들도 북부 지역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에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서로 자신들의 지역구가 도청 이전의 최적지라는 점을 설명하는 등 신경전도 벌였다.
성 의원이 "상주와 의성이 함께 신청을 했으면 유리했을 것"이라고 말하자 정 의원은 "상주는 서북부에 치우쳐 있지만 의성은 경북의 중심"이라고 되받아쳤다. 이에 장 의원은 "도청이 꼭 경북의 중심에 있을 필요가 있느냐"라고 이에 반기를 들면서 "수도권을 공략하려면 북쪽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처럼 북부권 의원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이자 동남권 등 다른 지역 의원들이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성조(구미갑)·정희수(영천) 의원 등도 보좌관 등을 동원, 자신들의 지역구가 도청 이전지로 최적이라는 점을 홍보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들 의원들은 "예정지에서 탈락할 경우 의원들에게 책임의 화살이 돌아올까 걱정된다"며 "그렇다고 로비를 하기도 쉽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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