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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우리가 '가늘고 길게' 살 수 밖에 없는 이유

▲ 김동현(경북대 물리학과 07학번·경북대신문사 기자)
▲ 김동현(경북대 물리학과 07학번·경북대신문사 기자)

지금도 계속되는 미국 광우병 쇠고기 촛불집회. 이런 문제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계층은 바로 대학생이다. 하지만 이번엔 어떠한가? 오히려 중·고생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갔다. 매년 진행되는 등록금 투쟁도 해가 거듭될수록 힘을 잃고 있다. 학교 도서관으로 가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대학생 절반은 토익책을 갖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전공서적과 자격증 및 입사준비를 위한 책들뿐이다. 인터넷에서도 취업 관련 글을 가장 많이 본다. 사회에 대한 관심은 뒤로 제쳐 둔 채 미래를 설계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 이렇게 살고 있다.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시간이 없다. 사회참여나 관심은 취업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더 많이 알고 취업문이 닫히기 전에 통과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촛불을 들 수 없는 것이다.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킬 힘도 없다.

대학진학률은 꾸준히 상승해서 이젠 80%가 넘었다. 대졸 미취업자의 수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대학은 보다 안정적이고 편안한 직장을 얻기 위한 관문으로만 인식될 뿐이다. 4년간 오로지 취업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노력해도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는 쉽지 않다. 도서관에서 오랫동안 고시공부를 하며 지난날을 회상하는 한 사람은 "소위 386 세대들은 기업이 알아서 대학생을 모셔가던 시절을 살았는데 지금은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학생들이 자신을 한껏 포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대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어학원에서 토익강좌를 듣는 것은 기본이고 학점관리를 철저히 한다. 실업률 증가, 일자리 감소와 같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해져가면서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집단이 될 수밖에 없다. 즉 20대의 80%가 대학에 진학하는 상황에서 상위 5%의 직업을 얻으려면 5%에 입사한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똑같은 길을 따라가거나 다른 방법으로 공무원과 같은 안정된 직업을 찾게 되는 것이다.

끊임없는 경쟁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공무원처럼 '한 방'에 끝나는 직업을 찾을 수밖에 없다. 취업을 위해 갖춰야 할 조건들이 너무나도 많다. '취업 5종세트'라 불리는 '인턴, 공모전, 알바, 봉사, 자격증'을 모두 갖추려면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학점과 어학능력은 기본이다. 평균 2년 동안 오로지 '공부'만 하면 되는 공무원을 택할 수밖에 없다. 청소년 시절 IMF를 겪으면서 무차별로 해고되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본 우리들이기에 변화와 경쟁은 너무나 두려운 대상이다. 덧붙여 지금 사회상황이 도전하기에는 부익부 빈익빈 계층 간의, 격차가 너무 심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가늘고 긴 그리고 질긴'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김동현(경북대 물리학과 07학번·경북대신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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