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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현의 보석이야기] 핑크 타이를 맨 남자

역시 21세기는 비주얼의 시대이다. 내면의 자신감과 능력이 외부로 표출되어 상대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은 비즈니스의 기본이 되었다. 올봄의 유행컬러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하늘색 톤과 핑크 톤이 유행인데, 핑크가 더 이상 여성의 고유 컬러만은 아닌 듯하다. 전통적인 핑크의 이미지는 여성이었다, 여아의 배내옷부터 여자임을 강조하는 가장 큰 이미지 컬러가 핑크였다. 최근 핑크는 남성들이 가장 시도해 보고 싶은 컬러가 되었다. 몇 해 전 영화 '달마야 서울 가자 2'에서 신현준이 검정슈트에 연한 핑크타이를 하고 나왔을 때 정말 멋졌다. 부드러운 카리스마, 바로 그것이었다. 내면의 강인함을 살짝 포장해 상대에게 부담감을 덜 느끼게 하는 전략인 것이다.

남성들은 과거에 자신의 이미지를 힘 있고 강렬하게 어필하기를 원했었고 그런 이유로 짙은 슈트에 붉은 타이가 대표 CEO나 대표 정치인들의 기본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이젠 시대가 변했다. 지난해부터 블루 톤의 와이셔츠와 타이로 톤 온 톤의 스타일이 앞서가는 남성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하더니 올봄엔 TV나 영화, 지면 등에서 핑크빛 타이를 맨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남성들을 쉽게 만나볼 수가 있다. 이런 변화는 남성들의 내면적인 사고도 점차 바뀌어 가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까. 일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들의 시각이 점차 말랑말랑해지는 좋은 징조가 아닐까?

패션뿐 아니라 보석에서도 핑크 스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핑크빛을 내는 가장 값비싼 보석은 핑크 팬시 다이아몬드이다. 천연에서 발견되는 핑크 다이아몬드는 그 희소성 때문에 무색 투명 다이아몬드보다 때로는 더 높은 가격과 가치를 지니기도 한다.

또 하나의 핑크 스톤의 대명사는 핑크 사파이어이다. 사파이어 하면 남성적인 컬러를 잘 보여주는 블루 사파이어를 머릿속에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사실은 사파이어는 블루 계열이 주로 많이 산출되는 것이고 그 외에 핑크, 옐로, 그린, 화이트 컬러의 사파이어도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아시는지. 핑크 사파이어의 수요가 급증하여 국제 시장에서의 가격도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패션과 주얼리를 핑크로 선택해 따뜻한 카리스마를 연출해 보는 건 어떨는지.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금속장신구 디자인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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