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주 시인은 채식주의자다. 어느 날 '고기는 피 묻은 음식, 내가 살기 위해 동물을 죽여서 먹어야 하나'란 생각에 고기를 끊었다. "육식을 끊으니 6개월간 어지럽고 메스꺼운 등 금단 증세가 나타났다. 속에 잠재돼 있던 병도 생겨 고생했다"고 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그의 몸은 가볍고 건강하다. 정 시인은 "삶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죽임의 문화에 온몸으로 저항하게 됐다"며 주변 사람에게도 채식을 권한다.
먹을거리가 무서워진 세상.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광우병 논란,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라 채식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었다. 밥상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고 할 정도. 이는 농수산물 판매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농협 달성유통센터의 4월 매출 증가치(지난해 대비)를 보면 당근 400%, 대파 116.14%, 건버섯류 109.94%, 배추 109.76% 등으로 확연하게 달라졌다. 친환경 농산물 한식뷔페점 이플은 손님이 부쩍 늘었다. 주인 안성남씨는 "단골 손님이 대부분이었는데 어느 순간 처음 보는 손님이 늘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지역에서도 채식 인구가 많이 늘고 있다. 재료도 꼼꼼히 따져보는 이들이 많아서 채식용 재료까지 따로 준비할 정도가 됐다. 채식 라면·만두 등 메뉴도 다양해졌다.
대구시 중구 봉산동에 위치한 채식 전문식당도, 경산에 위치한 사찰음식점도 최근 들어 손님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채식주의자는 인구의 1% 정도로 추정된다. 전 세계 평균 3%(국제채식연합 자료)에 비하면 낮은 비율이다. 미국의 경우 인구의 약 7%가 채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도나 네팔 등에서는 식생활 자체가 채식 위주다. 인도 인구 20~30%가 락토 채식자(우유·유제품은 먹는 채식자)란 말도 있다.
서양과 한국의 채식 경향은 양상이 좀 다르다. 서양에서는 생태주의나 자연보호, 정신 수양 등의 관점에서 채식을 주장했다. 한국에서는 주로 건강을 위해 채식을 하는 이들이 많다. 다이어트를 위해서 채식을 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에는 생명 존중, 환경보호 차원에서 채식을 결심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록그룹 산울림의 리더 김창완씨는 돼지사육장을 둘러본 뒤 채식으로 전환했다. '환경을 노래하는 치과의사 가수' 손현아씨는 회를 친 물고기의 끔벅이는 눈을 보고 채식주의자가 됐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사진·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채식의 유형
국제채식연합(IVU: International Vegetarian Union)의 분류에 따르면 채식유형은 ▷순수(완전) 채식 ▷우유 채식 ▷우유-계란 채식 ▷생선 채식 ▷가금 채식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채식주의자'(vegetarian)라고 하면 육지의 동물은 물론 물고기도 먹지 않는 사람을 의미한다. 우유나 계란도 먹지 않는 순수 채식인은 비건(vegan)이라고 한다.
▨채식에 대한 오해
Q: 채식만으로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섭취할 수 있나?
A: 필수 아미노산 9가지는 모든 야채에 양만 차이가 있을 뿐 골고루 들어있다. 한국식은 쌀과 콩음식이 곁들여지기 때문에 필수 아미노산 섭취에 문제없다.
Q: 채식만 하면 칼슘이 부족해 골다공증에 걸릴 수 있나?
A: 채식만으로도 칼슘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기본 100g당 칼슘 함유량은 쇠고기 19㎎, 달걀 47㎎인데 비해 참깨 1천245㎎, 다시마 763㎎, 미역 720㎎에 달한다. 흡수율도 더 높다.
Q: 철분·아연 등 무기질이 충분하지 않아 채식하다가 빈혈에 걸릴 수도 있나?
A: 채식 재료에는 무기질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건강 식단만 지킨다면 일반인에 비해 빈혈에 걸릴 위험은 더 낮다.
Q: 육체 노동을 하는 사람도 채식만으로 영양섭취가 되나?
A: 나브라 틸로바(윔블던 대회 9회 우승)나 데이비드 스콧(철인경기 6관왕), 칼 루이스(올림픽 9관왕) 등의 운동선수 모두 채식주의자다. 채식가들이 일반인보다 지구력이 더 좋고, 피로 회복도가 더 빠르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채식 관련 식당(대구경북 소재)
▶유기농뜨락 이플(053-784-3777)
▶보리수식당(053-421-7737)
▶죽비(053-853-3341): 사찰음식
▶연화정(054-975-9400): 팔공산 한티재방면
▶청우방(053-815-0798): 중화요리. 채식요리 주문 가능
▶아힘사(053-744-3373)
▶바루(054-475-3445): 구미. 사찰음식이 주메뉴
▶유화전통다원(054-741-3579): 경주
▶다유(054-773-0686): 경주
▶바루(054-774-5378): 경주. 전통 사찰음식
▶향적원(054-775-0014): 경주. 사찰음식
▶길림성(054-571-5455): 문경. 중화요리. 채식요리 주문 가능
▶채식사랑 식당(054-841-9244): 안동
▶어가찻집(054-281-0065): 포항
▶요산재 식당(054-278-3240):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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