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된다?…된다!…됐다! '긍정적 태도' 효과 있을까

긍정적인 태도가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면서 어떻게 꿈을 이뤄가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믿으면 된다'는 말은 희망과 위안을 준다. 긍정적인 태도를 강조하는 자기계발서는 인기를 모으고, 함께 모여 삶의 자세를 바꾸자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긍정의 힘, 정말 믿으면 모든게 이뤄질까.

◆식지 않는 시크릿 열풍

자기계발서 '시크릿(The Secret)' 열풍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출간된 지 3개월 만에 한국출판인회의가 집계하는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더니 딱 2주만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에 자리를 내준 뒤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다. 출판사에서 밝히는 현재까지의 판매부수는 120만부 정도. 아류도 많다. '걸스 시크릿' '부의 시크릿' 등 제목을 흉내낸 자기계발서가 60여권에 이를 정도다. 이 책을 주제로 한 온·오프라인 모임도 활발하다. 인터넷 카페에는 회원이 2만명을 넘고 각 지역 모임도 활성화돼 있다. 네이버 카페 'Beyond the secret' 대구경북모임에는 지난 1월 38명이 참석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55명이 참석했을 정도다.

호주의 전직 TV 프로듀서 론다 번이 지은 이 책은 플라톤, 셰익스피어, 에디슨, 아인슈타인 등 역사상 위대한 인물들의 성공의 이면에는 비밀이 있으며, 그 비밀이 바로 '끌어당김의 법칙'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인생에 나타나는 모든 현상은 당신이 끌어당긴 것'이라며 다양한 사례를 통해 증명을 시도한다. 모든 생각은 실체이며 끌어당기는 힘이고 생각이 삶의 모든 시시콜콜한 일까지 결정하는 요소라는 것. 'Beyond the secret' 관계자는 "마음의 여유를 찾기 힘든 생존 경쟁 사회에서 '윈윈'(win-win)하는 방법을 찾다 보니 사람들이 시크릿에 열광하는 것 같다"며 "시크릿은 긍정의 힘에 대해 대중적으로 접근하면서 긍정을 선호하는 시대적 상황과 맞아떨어진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나는 긍정의 힘을 믿는다

'2007년 3월 14일'. 통신회사 CS(고객만족)팀에서 근무하는 신원주(44)씨는 그날을 잊을 수 없다. 이날 신씨는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고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신씨의 머릿속에는 7㎝나 되는 종양이 자라 있었다. 담당의가 어떻게 견뎌왔냐고 되물었을 정도였다. 병원에서는 완전한 회복은 힘들 것이라 했다. 자칫 일상 생활조차 힘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를 고민했다. 건강이 완쾌돼 강단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한숨 자고 일어나면 다 끝나겠지'라며 담담하게 수술대에 올랐다. 8시간에 이르는 대수술과 고통스러운 재활 과정. 신씨는 건강을 회복할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고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됐다. 수술한 지 2개월 만에 퇴원을 했고, 보름 만에 회사에 출근했다. 그리고 1년 후 그는 건강하게 강단에 서고 있다.

이동혁(36)씨는 아직 직업이 없다. 법대를 졸업하고 잠시 회사에 다닌 것이 전부. 줄곧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가족들의 걱정과 중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자꾸 우울해지던 그가 선택한 것은 '비전 보드'. 자신이 원하거나 꿈꾸는 것에 대한 사진이나 글을 보드에 붙여놓고 끊임없이 꿈꾸는 것이다. 이씨는 보드 중앙에 멋진 사무실 사진을 붙였고, 좋은 느낌의 연예인 사진, 파란 비행기, 전남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길의 사진을 붙였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사진과 아름다운 집, 은빛 SUV 사진도 붙였다. 효과가 있었는지 그는 11년 친구였던 아내와 올해 초 결혼을 했다. 그가 보드에 붙였던 연예인 사진과 비슷한 느낌의 친구다. 신혼여행은 파란색 비행기를 타고 갔고 아내는 임신 4주째에 접어들었다. 고교 교사인 아내의 단기방학 기간이 전남 담양의 대나무 축제와 맞물려 내친 김에 여행도 다녀왔다. 이씨는 "비전보드에 붙이고 꿈꿨던 것들이 하나씩 이뤄지고 있다"며 "지금 상황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과 긍정의 힘을 믿은 덕분이고 앞으로 내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인옥(30)씨는 남편의 사업이 망하면서 형편이 크게 기울었다. 살던 집도 팔고 시댁으로 거처를 옮겨야 했고,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빚은 늘기만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인생은 왜 이렇게 좌초했을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어느 날 그녀는 '변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들었다. 현실을 인정하고 삶을 긍정하기로 했다. 꿈이 생기자 김씨의 생활은 다시 바빠졌다. 영어회화 동아리에도 가입을 했고, 방송통신대에 편입했다. 생활에 활력도 생겼다. 김씨는 "돈 때문에 예전에는 엄두도 못 냈던 여행을 요즘에는 과감하게 떠난다"며 "마음을 바꾸기 전에는 아등바등 살아도 늘 돈에 쪼들렸지만 요즘은 하고 싶은 일을 해도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말 효과가 있을까

'끌어당김의 법칙'이 정말 유효한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삶을 바꾼다는 데는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믿음효과' 혹은 '플라시보 효과'로 사람이 믿는 대로 행동이나 태도가 바뀐다는 것이다. 곧 일체의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에 있다는 불교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와 같은 의미다. 실제 1930년대 인도에서는 우유를 독약으로 사용했다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한다. 힌두교 사상이 짙은 일부 부족은 우유를 먹으면 죽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고, 이들에게 싱싱한 우유를 먹여도 사망에 이르는 사례가 있다는 것. 조현춘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 'A가 당신 욕을 한다'고 거짓 정보를 주면 점차 사이가 멀어지거나 서로 싫어하게 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믿음이 삶을 결정한다는 이론은 심리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이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지 생각만 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저 망상에 그칠 수도 있다. 긍정의 효과를 얻으려면 행동이 수반돼야 하고, 상상도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것. 가령 사업을 해서 돈을 벌고 싶다면 어떤 업종에서 어떤 회사를 만들고, 사무실의 모양은 어떨지 구체적으로 상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원주씨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는 어렵고 자신의 꿈에 대한 구체적인 특성을 정리하다 보면 목표가 달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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