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기업 민영화' 되나 안되나

300여개 공기업이 개혁의 소용돌이 속으로 본격 진입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23일 오전 열린 국가경쟁력위원회 회의에서 "공기업 민영화 및 구조조정 계획을 6월에 확정할 것"이며 "7월부터 실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안에 따르면 305개 공기업 가운데 50여곳이 민영화되고 다른 50여곳이 통폐합된다. 이밖에도 40여개 공기업이 ▷일부 사업 매각 ▷일부 사업 민간 위탁 ▷지방자치단체 이관 뒤 청산 ▷경쟁 시스템 도입 ▷자체 구조조정 등의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최근 논란이 됐던 한국전력 및 발전 자회사 5개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10여개 공기업은 민영화가 유보됐다.

◆어떤 공기업이 민영화되나

민간에 매각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이는 50여곳에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 금융공기업이 포함돼 있다. 이들 금융공기업의 자산규모만 해도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각각 287조원, 140조원, 124조원에 달한다.

감사원의 '민간에 매각 권고'에 따라 민영화에 포함된 공기업 자회사도 다수에 이른다. 코레일유통과 코레일투어 등 코레일 자회사 5개사와 한국토지신탁·주택관리공단·한국자산신탁·한국기업데이타 등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0년까지 민영화가 추진된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경우 두 기관의 과잉 경쟁으로 인해 주택 분양가 상승, 사업 장기화 등의 부작용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통·폐합 뒤에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당초 알려졌지만, 두 기관을 존속시켜 민간과의 경쟁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30일 "현 시점에서 두 기관을 합칠 것인 지, 따로 기능을 분담할 것인 지 정답은 없다"며 "두 기관의 핵심 기능을 정확히 파악해 낭비 요인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통·폐합된다.

◆정부 의지 강해도 의문은 여전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정부 의지는 확고하다. "새 정부 초반에 밀어붙이지 않으면 노조의 반발이나 공기업 로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시각 때문이다. 곽승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은 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초청강연에서 "공기업 개혁에 내년은 없고, 올해 안에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공약 실천을 위한 재원 조달을 위해서도 공기업 민영화·통폐합은 필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는 50여개 공기업 민영화·사업 매각 수입을 63조원가량으로 보고 있다. 이를 감세와 일자리 창출, 지방경제 활성화 등에 쓴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 실천이 쉽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먼저 노동계의 반발이 강력하다. 정부는 부인하지만 민영화가 강도 높은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24일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공공부문 노동자 총력 결의대회'를 열고 공공부문 민영화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반대 여론도 부담이다. 정부에서 '민영화 괴담'으로 규정하기는 했지만, '하루 수돗물값 14만원'이나 '감기 치료비 10만원' 소문이 급속도로 퍼진 것은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국민의 시각을 반영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3일 '민영화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26일 경실련과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이 공동 주최한 '이명박 정부 100일 평가' 토론회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우리나라의 자발적 공기업 민영화가 합쳐지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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