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정부는 제2차 에너지 세제 개편을 통해 경유값을 휘발유 대비 85%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2005년 75%, 2006년 80%에 이어 다시 1년 만에 내린 조치였다. 대기환경 개선 및 경제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긍정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외환위기 무렵 교통세·교육세 명목으로 대폭 인상한 휘발유 세금을 내리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대한 동문서답식 대응이었다. '휘발유 세금에 비해 경유 세금이 너무 낮다'는 논리로 오히려 경유 세금을 올려 버린 것. 그러나 국제 경유가격이 폭등하면서 이제 경유값이 휘발유값을 앞지르는 시대가 왔다.
◆원칙 깨는 정책에 소문만 무성
광우병 파동으로 전국이 들썩이는 사이 인터넷에선 무서운(?) 소문이 떠돌았다. '상수도·고속도로 민영화'에 대한 내용이었다. "상수도가 민영화하면 하루 수돗물값이 14만원이 된다"는 게시글이 인터넷상을 떠돌았다. 현재 하루 사용료 170원의 800배에 이르는 가격에 누리꾼들은 경악했다. 정부는 파장이 커지자 황급히 해명에 나섰다. "현재의 물 소비량을 판매용 생수값 수준인 ℓ당 500원으로 단순 계산한 결과"라며 광우병에 이은 또 다른 '괴담(怪談)'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그 파장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도 '민영화 괴담' 선상에 올랐다. "한국도로공사도 민영화된다. 고속도로 통행료가 인상되면 서민만 힘들다.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택배비가 오를 것이다. 이는 결국 고속도로를 재벌과 외국자본에 팔아 그들을 살찌우는 일이다"는 말이 떠돌았다. 정부가 "상수도 사업과 고속도로는 민영화 대상이 아니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국민 눈치를 보다 일부 공기업의 민영화 계획을 슬그머니 바꿔버린 형국이다.
국민이 정부 정책을 안 믿고 있다. 네티즌들은 정부의 해명보다 인터넷의 '카더라 통신'을 더 믿고 있다. 대통령 인수위 때부터 시작된 '오해 정책'과 오락가락 정부 정책, 부적절한 대응이 낳은 결과다. 수 많은 정책을 쏟아낸 인수위 시절엔 '오해 시리즈'도 생겼다. '교육정책 오해 많다' '친기업은 오해' '대운하 밀어붙이기는 오해' '숭례문 모금 발언, 일부 오해' 등 그 내용도 다양하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도 마찬가지다.
◆오락가락 정책에 불신 커져
정부는 "서민 생활비 절감을 위해 이동통신 요금을 20% 절감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통신업체들의 반발로 얼마 후 "인위적 인하는 없다"며 꼬리를 내렸다. 수도권 광역교통시스템 개선대책과 관련해 '올림픽대로 일부 구간 유료화 추진'도 결국 '오해'로 끝을 맺었다. '영어 몰입식 교육' 논란은 열 받은 민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그러자 며칠 후 "영어 몰입교육을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할 생각이 없다"는 해명이 뒤따랐다.
경부대운하 사업은 '카멜레온 대운하'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기술적 검토가 끝났다던 대운하 사업은 반대 여론에 부딪히자 '물류'가 아닌 '관광자원화'로 중심이 변했다. 각계각층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자 어느새 흐지부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젠 다시 '치수'에 중점을 둔 물관리 사업으로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도대체 한다는 것인지 만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올 만도 하다. 이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둘러싼 논란, 서울시가 추진하려다 연기한 '백화점 혼잡통행료 부과'안도 마찬가지다.
치솟는 기름값에 물가는 급등하고 있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이다. 오늘 내놓은 정책도 며칠 후면 뒤집힐지 모른다. 복잡한 현실에 일관된 정책으로 해결책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정책은 항상 일관성을 유지하려 노력했고, 또 그렇게 해왔다"고 해명하지만 여론은 그렇지 않다. "일관성 없고 상황인식도 안이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른다.
'국민과 소통'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 이모(치과의사)씨는 "여론 수렴 없이 예전의 기업 밀실경영같이 추진하는 접근 방법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통을 위해서는 대통령이 국민의 눈높이로 올라서야 한다"(김창록 경북대 법대교수·매일신문 칼럼)는 의견도 있다. 해답은 이명박 대통령 자신에게 있으며 지식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CEO가 아니라 국가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진정한 실용을 바탕으로 포용과 조화로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주문이 그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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