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위기여서 더 긴한 지방정부 지도력

모두들 아우성이다. 기름 값과 원자재 값이 솟구치고 곡물가가 폭등한 때문이다. 그 기세가 금방 오만 물가로 확산되더니 이제는 전기'수돗물'버스 요금마저 들먹거린다. 가만히 앉아서 실질소득을 깎이게 된 소비자들은 불가피하게 허리띠를 졸라맨다. 하지만 그 여파는 생산 위축을 초래하고 고용 감소로 악순환될 수도 있다. 실제 우리 경제는 앞으로도 한참 더 나빠질 것이란 회의적인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기도 하다.

중앙정부도 대처하기 힘든 상황이다 보니 지방정부들로서는 더 속수무책인 듯하다. 10여 년 전의 외환위기 사태 이후가 연상될 정도다. 실질적 지방자치의 걸음을 막 내디디면서 온갖 포부를 버무려 발전 전략을 수립했던 게 그때의 지방정부들이었다. 그러나 그 어마어마하던 비전들은 IMF사태라는 단 한 줄기 폭풍에 안개처럼 스러져 버렸다. 특히 대구 같은 경우 그 후 여러 해 동안 갈 방향은 물론 어디론가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조차 잃은 듯했다.

물론 지금 상황은 그때 것과 다르다. 하지만 "이건 우리 대처 능력 밖의 일"이라며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는 경우가 다르지 않다. 위기 상황일수록 그걸 오히려 또 다른 발전의 계기와 뜀틀로 활용하겠다는 적극적인 지도력이 긴요하다는 얘기이다. 예를 들어 고유가가 문제이긴 하지만, 그게 자전거나 버스'지하철 중심으로 대도시 교통수단이 개선돼 나가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다만 그건 시내버스가 더 편리하도록 시스템을 보강하거나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주는 등등의 노력을 쏟고서야 기대할 수 있는 일이란 점이 중요할 뿐이다. 기업체 근로자들에게 자전거로 출퇴근하면 월 3만 원씩 수당을 지급하기로 한 창원시청의 최근 결정이 특히 주목받는 것도 그래서일 터이다.

위기일수록 뛰어난 지도력이 필요하다. 반대로 위기엔 지도력이 시험대에 올려지기도 하는 법이다. 한 달 뒤면 대부분 지방정부 수장들이 취임 만 2년을 맞는다. 지도력을 충분히 드러내 보일 여건은 갖춰진 셈이다. 경북도청이 엊그제 국제 곡물가 급등 상황을 되레 지역 농업의 부활과 구조개선 호기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데서는 전화위복의 의지가 느껴지고 믿음도 생겨난다. 대구'경북의 대응을 기대하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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