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기세가 사나워진 좌파의 공세에 시달려, 정권이 흔들린다. 적군에 포위되어 활로를 찾는 형국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위의 군사적 비유는 보기보다 적절하다. 삶이 본질적으로 경쟁이고 전투는 가장 치열한 경쟁이니, 그럴 만하다.
포위된 군대는 본능적으로 후방으로 갈 길을 찾는다. 그래서 서둘러 전선에서 물러난다. 그런 움직임은 병사들을 두렵게 만들어 자칫하면 부대가 해체된다. 그러면 후퇴는 패주가 된다.
따라서 포위된 부대의 지휘관은 무엇보다도 부대의 일체성(unit integrity)을 지켜야 한다. 일체성이 유지되어야, 부대는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다. 병사들이 흩어져 각자 도생하면, 사기가 떨어질 뿐 아니라 중화기들과 장비들을 잃게 되어, 다시 모이더라도, 부대로서 기능하기 어렵다.
부대의 일체성을 유지하려면, 먼저 병사들이 자신들은 정의를 위해 싸운다고 믿어야 한다. 그리고 병사들이 전우애를 지녀서 서로 보호해야 한다.
정치적 집단의 일체성에서 근본적 요소는 이념이다. 정권의 주요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이념이 옳다고 믿고 그것을 정책들을 통해 구현하려 애쓸 때, 정권은 방향을 잃지 않고 효과적으로 나아가며 반대 세력의 저항에 견뎌낼 의지를 지닌다.
안타깝게도, 이 대통령은 이념에 대한 관심도 이해도 적다. 그는 평생 '이념적 무임승차자'로 살았다. 뜻있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이념과 체제를 지키려 애쓸 때, 그는 그저 기업가로 열심히 일했고 성공했다. 그러니 자유주의를 치켜들고 우리 체제를 적대적 세력으로부터 지켜온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모른다.
그는 아직도 모른다, 사회를 움직이는 것이 이념이며 누구도 이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그가 내세운 '경제 회생'이 실은 원시적 자유주의라는 사실을.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뽑아 쓰므로, 그가 고른 사람들도 '이념적 무임승차자'들이다. 대한민국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에서 태극기 흔들며 '반핵·반김'을 외칠 때, 그들은 차를 몰고 목 좋은 땅을 찾아다녔다. 그런 사람들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명백한 악에 저항할 의지? 자유주의에 바탕을 두고 정책의 타당성을 설명할 능력?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대신 맞을 충성심?
현 정권의 모습은 이념적 무임승차자들의 지옥이다. 도덕적 차원에서, 지옥은 명백한 악에 맞설 의지의 결여를 뜻한다.
이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이념의 본질적 중요성을 깨닫고 자신이 체득한 자유주의의 정의로움에 대한 믿음을 굳게 해야 한다. 그리고 자유주의를 따르는 사람들을 써서 부대의 일체성을 보강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포위를 뚫을 수 있다.
원래 포위는 우군과의 협력 작전으로 뚫어야 한다. 지금 이 대통령에겐 강력한 잠재적 우군이 있다. 바로 자유주의를 따르고 대한민국을 지키려는 시민들이다. 자신이 매력적인 '상품'이라 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는 미망에서 벗어나 "어떻게 되찾은 정권인데, 이러는가" 하고 탄식하는 그 자유주의자들에게 고마움을 느낄 때, 이 대통령은 구원하러 달려오는 기병대의 힘찬 나팔 소리를 들을 것이다.
복거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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