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영화를 보자] '호텔 르완다'

감동 실화 '호텔 르완다'를 보기 전 약간의 역사적인 설명부터 하겠다.

아프리카 내전은 잔혹한 인종청소로 악명이 높다. 팔다리를 자르고, 임산부의 배를 가르고, 늪지의 악어의 먹이로 던지는 등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악행들이 저질러졌다. 1994년 당시 100만 명 이상 사상자를 냈던 르완다 내전도 그랬다.

이런 참상의 뿌리는 서구의 식민주의 때문이다. 르완다는 다수족인 후투족(90%)과 소수족인 투치족(10%)으로 이뤄진 나라다. 식민지배에 나선 벨기에는 조금 더 고상하고 콧구멍이 좁다는 이유로 소수인 투치족을 우대해 통치했다. 투치족은 권력을 장악하고 특혜를 독식했다.

식민시대가 끝나면서 권력이 후투족에게 넘어가자 투치족은 반정부 조직인 르완다애국전선(FPR)을 조직해 게릴라전을 펼치고, 후투족은 아이들까지 살해하는 등 투치족 말살에 들어간다.

테리 조지 감독의 '호텔 르완다'는 르완다판 '쉰들러 리스트'이다. 100일 동안 1천268명의 목숨을 지켜낸 한 남자의 감동 실화다.

1994년 르완다 수도 키갈리. 후투족 출신 대통령이 두 부족의 공존을 위해 평화 협정에 동의하면서 수십 년간 이어진 대립이 일단락되는 듯 했다. 르완다 최고급 호텔 '밀 콜린스'의 호텔 지배인 폴 루세사바기나(돈 치들)는 밀려드는 취재기자와 외교관들 때문에 눈코 뜰 새가 없다.

그러나 르완다의 대통령이 암살당하면서, 상황은 악화된다. 후투족 자치군은 대통령 살해의 책임을 빌미로 아이들까지 투치족을 닥치는 대로 살해하고, 온건파 후투족까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위협을 느낀 폴은 투치족 아내와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호텔로 피신한다. 이후 그곳으로 수천 명의 피난민들이 모여드는데….

'오션스 13' '크래쉬'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흑인배우 돈 치들의 절제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위기의 순간에도 차분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명 배우 닉 놀테가 UN군 사령관으로, 프랑스의 장 르노가 서방측 호텔 사장으로 나온다. 요절한 리버 피닉스의 동생 조아퀸 피닉스가 서방측 기자로 나온다.

2005년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분에, 국내에는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됐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이웃을 구하고, 가족을 지키는 가장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KBS1TV 2일 0시50분 방송. 2006년작. 121분.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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