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대화답게 대화합시다!

'대화가 필요해'라는 개그코너가 있는가 하면 여가수는 '대화가 필요해'라고 노래하기도 합니다. 사회생활과 가정생활 속에서 대화가 필요하다고 절실하게 느낄 때가 자주 있습니다.

재판과정에서는 재판장을 설득하고, 상대방의 의견이 틀린 것이라는 것을 지적하는 등 자신의 의견을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며, 또 재판장의 진행과정에서 하는 말을 잘 듣고 이에 적절한 대답을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법정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사실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매우 곤란하지만 너무나 많은 말을 하고 싶어서 반복되는 말을 하거나 아무렇게나 대답하는 경우를 보면 안타깝습니다. 사실 법정에서 너무 많은 얘기를 하다 보면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러한 경우 자백이라고 하여 그 자백을 토대로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이나 결정이 나는 경우가 있게 됩니다.

폭력사건의 국선변호인으로 당사자를 면담했습니다. 당사자가 당시 상황을 거의 이야기하지 않아 도대체 어떤 심정인지를 물었더니 자신은 잘못이 없고, 무죄라고만 합니다. 왜 무죄냐는 질문에는 도대체 얘기를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에 대한 개인적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결국 변론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였습니다.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입장에서 자신을 이해시키지 않으면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결과가 생기게 되는데도 자신 혼자만의 생각을 계속 고집하면서 제대로 얘기하지 않아 매우 안타깝습니다.

반면 자신의 입장과 처지를 너무 많이 얘기하려는 당사자도 만납니다. 많은 사실을 얘기하면 자신의 입장을 그대로 이해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상대방이 자신보다 더 많이 얘기했다면서 자신의 말을 막은 변호인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상대방에게 적절하게 밝히려면 대화를 시도해야만 하지만 사전에 생각을 정리하고 요약해야만 더욱 효과적입니다. 수많은 변론을 해온 변호사들도 법정에서 변론요지 등을 진술할 때에는 사전에 의견을 요약하여 무엇을 이야기할지를 연습합니다. 말이라고 하여 모두 대화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에게 경기종료 1분 전의 자살골과 같은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약점을 그대로 노출시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법정에서 지켜본 수많은 대화를 참고하여 아버지의 말을 역정과 간섭으로 받아들이는 아들에게 무엇을 말해야 할지,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연습하고 용기내어 대화다운 대화를 해봐야겠습니다.

김승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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