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 생각] 아이 관심 가진 분야 통해 대화 유도해야

우리 집 저녁식사 시간은 하루도 조용히 지나는 법이 없다. 초교 6학년인 딸과 하루의 스트레스를 딸과의 대화로 풀어버리는 남편이 있기 때문이다. 이 둘은 식탁에서의 토론을 무척 즐기는 듯하다. 거기다 나 또한 절대 입 다물고 있지 않은 성격이다. 둘의 대화에 끼어서 서로서로에게 통역 아닌 통역을 곧잘 한다.

이제 함께 한 날도 12년이건만, 왜 이 둘은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는 걸까. 이런 걸 세대차라고 해야 하나. 아이가 어릴 때 TV에 나오던 '텔레토비'의 이름을 외워야 했었고 좀 더 지나선 TV 애니메이션 '젤라비'의 캐릭터 이름을 외워야 했었다. 그래야 아이와 대화가 되니까.

TV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가 한창 유행일 땐 점점 많아지는 캐릭터 이름에 남편 또한 두 손 들고 포기를 했어야 했다. 요즘은 그나마 아빠와 눈높이가 얼추 비슷해져 연예인들 이름으로 대화가 되고 있긴 하다.

가끔 둘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너무나도 열심히 하곤 한다. 아이와 대화를 하기 위한 가장 좋은 조건은 아이가 관심있는 것들을 알아야 하는가 보다. 결혼이 늦어 딸아이와 나이차가 많이 나다 보니 우리 부부로서는 딸의 관심을 좇기엔 정말 힘들 때가 많다. 지금은 제법 아가씨의 모습도 보이지만 여전히 우리의 눈에는 불안하기만 한 아기다. 왠지 다른 애들에 비해 철이 덜 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은 아마도 엄마의 욕심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가끔 딸의 생각은 엄마인 나도 감탄할 때가 많다. 저녁 반찬을 보며 광우병 이야기도 나누고 기름값이 오른다며 걱정도 해댄다. 중국의 대지진 참사가 마냥 남의 나라 이야기로 흘릴 수 없다며 지진이 일어날 것을 걱정도 하고 대책에 대해 상의도 하게 된다. 제법 어른스런 말투로 나라 걱정도 하고 자신의 앞날을 계획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젠 내가 그 아이를 가르치는게 아니라 되레 아이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걸 느낀다. 이것이 교육의 힘인 것일까.

새삼스럽게 학교 교육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그저 학교는 아이의 성적을 매겨주는 곳이란 생각을 나도 모르게 갖곤 했다. 하지만 국어나 수학 등의 공부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우리 아이가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요즘 방학이 다가오면서 외국으로 영어 공부를 떠나는 친구들을 많이 본다. 아직 학교 방학이 시작되기도 전에 기말고사를 미리 끝내고 영어 공부를 위해 가는 것이란다. 시험이 끝나면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게 없는 것일까. 오늘도 식탁에서 종알거리는 딸의 작은 입을 보면서 늘 뭔가 배우고 있는 우리 딸이 대견스럽다.

조미경(대구 중앙초교 6학년 최정윤 엄마)

※자녀교육과 학교, 교육현실에 대한 학부모 생각을 담은 칼럼을 받습니다. 200자 원고지 7, 8장의 분량의 글을 apolonj@msnet.co.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보내실 때 연락처를 꼭 기재해주세요. 원고가 채택된 분에겐 소정의 원고료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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