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교사의 권위

"집에서도 안 때리는데 어떻게 우리 애 종아리를 때리십니까. 그것도 여자아이를…." "화가 나서 때렸습니다." "우리 애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선생님 이러시면 안 되시죠."

학생이 지각을 자주 해서 벌청소를 시켰더니 제대로 하지 않은데다 약간 반항적으로 나와서 회초리를 들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직접 학교에 찾아와서 멱살이라도 잡을 듯이 항의를 했다. 더구나 내게 잘못이라도 있다면 고소라도 할 기세였다.

'스승의 그림자조차 밟지 않는다'던 우리의 전통적 스승관이 세태에 따라 너무나도 많이 변했다. 학부모가 교사의 뺨을 때리지 않나, 지역 교육청이나 언론사에 교사를 음해하는 투서를 보내지 않나, 교사의 권위를 추락시키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 현상은 교사를 폄하하는 사회적 풍토에다 학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지나친 애정'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학부모에 의해 교권이 부당하게 침해당하면 교사들이 학생 지도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고, 그 피해는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고스란히 되돌아간다.

나 역시 학부모가 이렇게 직접 학교에 찾아와서 항의를 하는 경우는 처음 겪는 일이라서 무척 당황스러웠다. 매를 맞은 학생은 자신의 잘못은 쏙 빼고 일방적으로 맞은 내용만 부모에게 이야기했을 테고, 그 말을 들은 학부모는 학생의 말만 믿고 '뭐 이런 선생이 다 있느냐' 싶어 화가 치밀어 학교에까지 항의하러 온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학부모는 학생을 타이르기보다 때린 선생을 험담하며 아이를 달래느라 아이의 말에 동조하였을 것은 명백하다. 왜냐하면 매를 맞은 학생의 다음 날 태도에서 반성의 모습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좀 앉으시죠. 이렇게 학교에 오시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셨겠습니까?" 아무래도 학부모의 화를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라 여기고,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예, 뭐…좀… 그렇죠."

처음에 내 멱살이라도 잡을 듯이 달려들던 아버지의 태도가 한결 누그러졌다. 그 학부모에게 그날 있었던 사건과 그 전에 주의를 주었던 일까지 상세하게 설명하자 아버지가 수긍을 하면서도 내 행동을 자꾸 물고 넘어졌다. 나 역시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일단 사과를 한 다음, 아이를 한 대도 안 때리고 키웠다는 건 결코 자랑할 일이 못 된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그리곤 "아이가 어려서 잘못을 하면 매를 댈 수도 있는 것이다", "매를 대서라도 아이의 잘못을 고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제서야 그 학부모는 집에서도 아이가 너무 버릇이 없고 예의가 없어 자신이 자식을 잘못 키운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학부모는 오히려 나에게 사정을 하면서, 학생의 장래에 대해 이런저런 도움을 받고 싶다는 것이다. 나는 두 가지만 당부했다.

학교와 선생님을 믿을 것과 절대로 학생 앞에서 학교나 선생님의 험담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아버지도 내 말에 수긍을 하는지 아무런 대답이 없었지만, 대신 자식을 잘못 키워 죄송하다는 말과 선생님만 믿는다는 말을 하고 돌아갔다. 맹랑하다 못해 기고만장한 그 여학생의 기가 한풀 꺾인 것은 그 사건 이후였다.

교사의 권위는 학부모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의해 바로 세워진다.

손삼호(포항제철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