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과학고 2학년 이정희(17)양은 경북 영양 출신이다. 처음엔 고향이 왜 중요하냐 싶었다. 하지만 잠시 뒤 교사들로부터 '영양 출신은 처음'이라는 말을 들은 뒤에야 그렇게 강조한 사실을 알았다. "영양엔 학원이라곤 한두 곳 정도죠. 게다가 별로 크지도 않아요. 그렇다 보니 다닐 만한 학원이 없었죠." 이양은 '학원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과학고 같은 특목고 입학이 불가능하다'는 사회 통념을 깬 학생이다.
이양이 과학고에 눈을 돌린 것은 중 2학년 때였다. 경북도교육청에서 치르는 과학경진대회에 참가했다가 담임으로부터 과학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과학고에 진학하면 학생들 저마다 역량이 있으니까 많은 것을 배우고 저의 꿈인 연구원이 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았죠."
이양은 어렸을 때부터 혼자 공부하는 데 익숙했다. 늘 공부는 혼자 하는 거고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자랐기 때문. 무엇보다 중학교 때의 기숙사 생활이 그녀에게 큰 도움이 됐다. "제가 다니던 영양여중은 고교와 붙어 있었어요. 그래서 중 1학년 가을부터 고교 기숙사에서 언니들과 같이 방을 사용했죠. 다들 오랫동안 공부하니까 혼자 놀 수 없잖아요. 지나고 보니 그게 공부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된 것 같아요."
이양은 1주일 단위로 공부 계획표를 짜서 매일 할 분량을 정했다. "80% 정도는 계획표에 맞췄는데 혹 공부를 하다 집중이 안 된다 싶을 땐 적절한 시점에 다른 과목으로 바꿔 공부했어요." 공부할 때는 내신 관리에 40% 정도 투자했다. "상대적으로 중학교 공부는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목표 의식을 갖고 마음을 다잡으면 철저한 예·복습이 가능해요."
나머지 시간은 과학고용이나 경시대회용 등의 난이도가 높은 문제집 위주로 과학고 입시를 준비했다. 이양은 처음부터 수학을 그렇게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수학을 잘하는 친한 친구를 모델로 삼았죠. 그 친구가 하는 방식을 많이 따라했어요. 빨리 실력을 키우려면 누구를 모델로 삼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중2 겨울방학 때 중학교 수학을 독파하고 고교 1학년 수학책을 펴들었다. 이양은 "교과 내용 외 심화된 내용을 분석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하나라도 개념 정리가 확실히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험들이 모두 서술형이기 때문에 대충 알아서는 성적을 잘 받을 수 없다는 것.
"개념 파악이 잘 안 되거나 어려운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학교 선생님이 귀찮다 싶을 정도로 계속 물으면서 의지해야 했어요. 과외 공부를 하지도 않았고 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죠."
전창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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