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습상담] 수학 선행학습 꼭 필요한가?

문: 수학에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는 중3 학생을 둔 엄마입니다. 아이 친구들 대부분이 고1 과정을 미리 배우고 있는데, 선행학습을 안 하면 고교에 진학해서 정말로 어렵습니까?

답: 많은 학생들이 수학시험을 칠 때마다 까닭도 없이 극도로 불안해하는 '시험 공포증'(test anxiety)을 느끼고 있습니다. 상당수의 학생들은 수학 자체가 싫고 두렵다고 말합니다. 이런 학생들을 면담해 보면 선행학습이 수학의 흥미를 빼앗는 주된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배우고 있는 단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 새로운 개념과 힘겨운 씨름을 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대부분 학부모들이 혼자서 수학 공부를 하면 1시간에 다섯 문제밖에 풀 수 없지만 학원에 가거나 과외를 받으면 스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 문제를 갖고 20분 생각하는 학생이 궁극에 가서는 이기게 됩니다. 얼핏 보면 느린 것 같지만 혼자서 고심하는 과정에서 수학적 사고력과 창의력이 길러지고, 인내심과 적극적인 도전정신이 배양됩니다.

어떤 일을 할 때 빠름과 느림이 조화를 이룰 때 생산성은 극대화됩니다. 빠름은 그 속에 느림과 여유가 있을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느림이 창조적이고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필요할 때 즉시 속도를 낼 수 있는 탄력성을 그 속에 갖고 있어야 합니다. 음미와 여유가 없는 속도는 무모하며, 결국에 가서는 일을 크게 그르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속도가 미덕이라고 착각하는 사회에서 많은 학부모들이 항상 뒤처질까 안달하며 거름 지고 장에 가듯이 맹목적으로 유행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상위 3% 정도 안에 드는 학생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속진(速進) 프로그램을 선행학습이라는 미명 아래 대다수 학생들에게 강요하고 있습니다. 학교시험에서 평균 80점 이하의 점수를 받는 학생은 선행학습보다는 중학 과정을 완전히 이해하고 정리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합니다. 또 어려운 문제집을 남의 도움을 받아 풀기보다는 교과서를 완전히 이해한 뒤 쉬운 문제집을 선택해 혼자 힘으로 여러 차례 반복해 풀어보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윤일현(ihnyoon@hanmail.net 송원학원 진학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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