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계급장 떼고 이야기하라

"우리 시장님은 긴급 현안이 있을 때나 시가 챙겨야 할 주요 프로젝트에 대해 수시로 간부회의를 열고 직원들과 대화를 합니다. 또 조회 등을 통해 시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열성적으로 직원들을 교육시킵니다."

"참 한가합니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전문가들을 만나 아이디어를 얻고 외국에 나가 투자유치 활동을 해야지요. 간부회의나 내부문제는 부시장이 해도 되는 것 아닙니까? 시장이 비전만 제시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최근 사무관 승진자 교육을 다녀온 대구시의 한 직원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소속 단체장에 대해 자랑하기 시간에 수도권 사무관이 "그것도 자랑거리가 되느냐"고 면박을 주었기 때문이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직원들이 최근 계급장을 떼놓고 대화했다. A 직원 "시시콜콜한 것까지 챙기시는 시장님 심정은 이해합니다. 작은 것까지 챙기면 실무부서에서 위를 의식하게 되고 직원들의 재량을 좁히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요. 시장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B직원 "인사에 대해 시장님은 청탁을 배격하고 실무자 인사를 실국장들에게 위임하셨습니다. 일견 잘하신 일이죠. 하지만 실국 간에 얼마나 배타적인지 아십니까. 실국장들이 자기 식구만을 챙기고, 실적을 많이 내고 고생을 한 직원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지요. 승진에 유리하고 업무부담이 다소 적은 모 국이 가장 인기가 있다는 사실은 시장님도 아시겠지요. 믿기지 않겠지만 ○○○라인, ○○○라인…을 들어보셨는지요."

C직원 "○○○ 업무에 대해 시장님께서 지시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장님과 과장님이 잘 해결했는지 실무자인 저에게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네요. 제가 알기로는 해결이 안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김 시장은 평소 지인들과 만나면 "여론을 전해달라, 냉정하게 평가하고 지적도 해달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렇지만 대다수 직원들은 김 시장이 시청 내에서 '예스맨 간부'들과 정확한 여론을 파악하기 어려운 '인의 장막' 속에 둘러싸여 있다고 지적한다. 정작 자기 식구들끼리의 '소통'은 안 된다는 것이다.

김 시장은 요즘 절박하다. 간부 공무원들의 불명예 퇴진에다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와 경제자유구역 지정의 호기를 이어갈 새로운 사업개발과 대기업 유치 등이 쉬이 되지 않는 탓이다.

하지만 하위직 직원들은 김 시장이 새로운 아이디어만을 좇아다니다 집안에 비 새는 줄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임기를 절반 지난 김 시장이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하지 못하면 위기가 내부에서부터 먼저 찾아올 것이다.

이춘수(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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