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李대통령 취임 100일] 각계 조언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정계원로와 각계 인사들은 최근의 국정 난맥상에 대해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공통적인 요구는 대통령이 더욱 겸손해지라는 것이었다. 국민들의 목소리에 열린 마음으로 귀를 기울이고, 감동의 정치를 실현하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또 취임 초기의 어려움은 '보약'이라며 격려도 잊지 않았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대통령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 지금의 심각한 상황은 단순히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물가 및 유가폭등, 경제성장 둔화, 인사정책 실패 등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이다. 대통령은 국정을 너무 서둘지 말고 한 단계 늦춰 신중하게 하고, 최대한 말수를 줄이고 꼭 필요한 말만 해야 한다. 말이 많으면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되고, 정책의 혼선이 온다. 인사정책에 있어 깨끗하고 정직하며 책임감있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해야 한다.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 장관=이명박 정부가 민심을 소홀히 다뤘고, 국민과 대화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다. 대통령이 각계각층의 의견수렴에 총력을 다하고, 국민과 진정한 대화를 해야 한다. 미국과 쇠고기 재협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의견수렴을 해서 관계장관들을 비롯해 비서실장도 책임을 져야 한다. 대통령이 더 겸손하고 더 민심을 중하게 여기는 자세로 일하면 취임 초기의 어려움은 보약이 될 수 있다.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한국은 민주 시민사회와 시장경제가 충돌하고 있다. 쇠고기 파동도 민주 시민사회의 민주적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아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한민국 CEO'라고 강조하는 것은 기업국가라는 얘긴데, 이 같은 성격으로는 민주주의와 조화를 맺지 못한다. 이명박 정권이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 차원 높은 대타협 정책이 나와야 한다.

◆윤영탁 전 국회의원=정치권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과거와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 대통령이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당선되다보니까 너무 자신감이 넘쳤다. 정부가 진솔하게 국민을 대해야 한다. 거짓은 통하지 않는다. 뼈를 깎는 자성이 있어야 한다. 인적쇄신도 당연히 필요하다. 그런 연후에 국민들에게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황병태 전 경산대 총장=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문제를 안이하게 보고 있다. 심각한 위기상황이다.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국민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안 먹겠다는 것이 아니고 광우병이 우려되는 것이다. 자칫 실기하면 미국산 쇠고기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반미감정으로 한미관계가 심각한 도전을 받을 수 있다. 인적쇄신은 꼼수에 불과하다.

◆최인기 민주당 정책위의장=무도한 정부·교만한 정부·국민을 배척하는 정부다. 총체적 위기 속에 국정 독선은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더 이상 국민들이 반대하거나 염려하는 정책들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광우병 쇠고기만큼이나 반대하고 있는 대운하 건설, 허울뿐인 교육 자율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원칙없는 공기업 민영화 등은 모두 국민들 입장에서 제고되어야 한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솔직히 '내 너 이럴 줄 알았다'는 심정이다. 이명박 정권은 국민을 무시하고 임기 100일이 채 안 돼 도심지에서 연일 집회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가 시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기업 경영하듯이 하고 있다. 경제원리는 정치원리가 아니다. 정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끊임없이 대화하고 설득해야 한다.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시키는 것이 정치다.

◆윤덕홍 전 한국학연구소장=국민감정과 다른 길로 가고 있다. 내각 인사 역시 도덕적이고 청렴한 사람으로 채워야 한다. 능력을 떠나 재산을 너무 많이 축재한 각료는 국민들이 납득하기 힘든 인사다. 지금 촛불집회는 단순한 쇠고기 파동만이 아니라 국정운영에 대한 불만이 복합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 감정을 잘 보고 추스려야 위기국면을 돌파할 수 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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