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00만원짜리 반월당 금강송, 5개월만에 고사 위기

▲ 대구 중구 반월당에 심겨진 금강송 6그루가 이식과정에서 잔뿌리가 상당 부분 손상돼 잎이 누렇게 변하는 등 말라 죽어가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대구 중구 반월당에 심겨진 금강송 6그루가 이식과정에서 잔뿌리가 상당 부분 손상돼 잎이 누렇게 변하는 등 말라 죽어가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머나먼 타향에서 매연에 찌들어 이렇게 거두게 될 줄이야….'

멀리 강원도에서 대구땅으로 이사(?) 온 중구 반월당네거리의 금강송 28그루 중 남문시장 방향에 있는 6그루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 매연 탓인지 심은 지 5개월 만에 노랗게 잎이 타들어가며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것. 15m 높이의 우람한 금강송은 링거주사를 놓고 질 좋은 비료를 뿌려봐도 별 효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말라만 가고 있어 지나는 시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반월당 금강송은 대구시가 지난해 12월 말 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반월당 네거리 경관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심은 것이다. 울진과 봉화, 강원도 강릉, 양양, 고성 지역에서만 분포하는 우리나라 전통 소나무인 금강송으로, 좀 더 비싼 가격에 팔겠다는 산주를 대구시청 관계자들이 겨우 설득해 사들였다. 수령 80~100년에 가격은 한 그루당 500만~700만원에 달한다.

금강송이 죽어가는 정확한 이유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대구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아마 옮겨 심는 과정에서 뿌리 손상이 심했던 것이 아닌가 하고 추정한다"고 밝혔다.

병든 금강송들은 결국 올가을 같은 수종으로 교체될 운명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 측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그래도 살아나지 못한다면 가을에 교체를 준비할 것"이라며 "시공업체에서 조경 후 2년까지는 '품질보증'을 해주기 때문에 추가 비용은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나무전문가 이정웅(전 대구시 녹지과장)씨는 "최근 조경 경향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에 잘 맞는 '금강송'이 즐겨 사용되고 있다"며 "소나무는 본래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생명력이 뛰어난 나무이지만 잔뿌리가 많이 손상되면 활착률이 낮을 수 있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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