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1851년 5월 1일 런던 하이드 파크. 당시 최첨단공법인 유리로 외벽을 만든 수정궁(The Crystal Palace)에서 빅토리아여왕은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만국박람회(EXPO) 개막을 선언한다. 세계최초로 열린 이 박람회에서 인류는 기관차, 엔진, 각종 직조기 등 산업혁명의 성과물 1만3천여 점을 선보인다. 대영제국은 전시품의 3분의 2를 출품하여 그 이름에 어울리는 위상을 보여준다.
장면2. 1855년 샹젤리제 거리. 프랑스의 국운을 걸고 세계에서 두번째로 만국박람회를 개최한다. 1796년부터 국내의 특산품을 모아 전시회를 개최해 오고 있어서 박람회에 대한 자긍심이 남달랐던 프랑스는 (첫번째 만국박람회 개최를 영국에 뺏긴 자국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온 힘을 모았다. 공산품에서 런던박람회만큼 내세울 것이 없었던 프랑스는 포도주 등 농산품과 예술품을 전시에 추가한다. 이를 계기로 EXPO는 기계산업 중심에서 다양한 상품이 전시되는 글자 그대로의 '박람회'로 변모해 간다.
장면3. 1900년 6월 파리 에펠탑 광장과 세느 강변. 오늘날 파리가 자랑하는 알렉산더 3세 다리, 그랑 팔레, 쁘티 팔레, 오르세역(현재 오르세 미술관), 리옹역 등이 엑스포를 위해 들어섰다. 1889년 엑스포를 기념해 만든 에펠탑과 조화를 이루는 아르 누보(art nouveau) 건축물들은 파리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드는 계기를 마련한다. 당시 엑스포는 전시품목 못지않게 전시관 자체가 주는 미적 중요성을 일깨워준 계기가 되었다.
아르 누보는 1895년 예술품 중개인 빙(Siegfried Bing)이 파리에서 연 가게이름에서 유래한 미술사조를 일컫는 용어다. 원래 꽃무늬 장식과 유연한 곡선을 테마로 한 것으로 가구, 타피스리, 공예품들에 장식된 아르누보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어 유럽전역으로 확산되어 갔다.
사라고사 EXPO가 오는 14일부터 3개월간 스페인에서 열린다. 이번 엑스포는 2005년 일본 아이치(愛知) 박람회에 이어 107번째로 개최되는 지구촌 이벤트로서 이번 엑스포의 핵심주제로 친환경이 화두가 되고 있다. 여수 엑스포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사라고사 EXPO의 준비와 진행과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물과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EXPO가 친환경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방자치단체·기업은 물론 사라고사 인근 호텔까지 세계 최초 친환경 박람회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전기는 박람회 건물옥상과 인근에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하여 이용하고 풍력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 그 동안 엑스포가 발전되어온 과정을 보면 전시테마가 산업화에서 문화교류, 국가이미지 제고로 변화해 왔으나 이번 엑스포부터 환경문제가 주요테마로 자리를 잡고 있다.
둘째, '환경 충격 제로'를 목표로 박람회에 사용하는 각종 물품도 모두 친환경제품으로 대체하고 있다. 홍보책자와 가방 등은 모두 재활용 제품으로 만들었다. 재활용 종이 사용마저 최소화하기 위한 '페이퍼 리스(paperless)' 전산망 구축도 관심을 끈다. 박람회 참가자를 환경운동가로 만들기 위한 시스템도 마련했다. 마스코트 이름을 딴 '플루비 환경카드(Fluvi Card)'는 물·전기·가스를 아끼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기념품과 요금 할인 등의 다양한 혜택을 준다.
셋째, 대회가 끝나면 행사에 사용된 모든 공간을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과 연구소, 국제기구 시설 등으로 활용할 것이라 한다. 사라고사 인근에 카지노를 포함한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 레저단지를 건설하는 사라고사플랜이 그것이다. 이 레저단지는 박람회 폐막 다음날인 9월 15일에 착공하여 10년간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박람회로 조성된 국제적인 관심과 기반 시설을 이용, 세계 최대의 환경친화적인 관광특구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에펠탑 위에서 보면 육군사관학교 쪽으로 녹지공간인 샹드 막스광장이 들어온다. 이곳은 1900년 엑스포 당시 참가국들이 자국의 상징건물을 세웠던 곳으로 우리나라도 기와집인 '조선관(Pavillon Coreen)'을 지었던 곳이다. 아쉽게도 그 자리가 어디였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갓, 모시, 돗자리, 부채, 도자기, 가마 등을 전시한 기록은 남아 있다. 이 전시물들이 대표적인 친환경제품으로 구성되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여수엑스포를 위해 무엇을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밑그림이 들어 있다고 하겠다.
김영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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