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수시장 막혔다…백화점 명품 소비까지 '꽁꽁'

▲ 내수 시장에 한겨울이 찾아오면서 백화점 명품 판매까지 예년보다 부진해졌다. 그러자 백화점들은 이달 일제히 명품 세일을 하는 등 불황 타개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제공·대구백화점
▲ 내수 시장에 한겨울이 찾아오면서 백화점 명품 판매까지 예년보다 부진해졌다. 그러자 백화점들은 이달 일제히 명품 세일을 하는 등 불황 타개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제공·대구백화점

#휴일이었던 지난 1일, 대구시내 한 백화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던 한 40대 남성이 해외 명품 매장이 있는 층을 지나면서 곁에 서있던 아내 등을 찔렀다. "당신이 웬일이야? 여기 구경 안하고 가?" 아내의 대답. "어휴, 안돼요. 기름값 때문에 당신 공장이 어렵다는데. 제가 어떻게..." 부부는 지하주차장으로 직행했다.

#같은날 또다른 대구시내 한 백화점. 에스컬레이터 옆 와이셔츠 특판 행사 매장에 중년 부부들이 가득 몰렸다. "여보, 이거 싸네. 50%나 할인되네. 당신 여름 Y셔츠, 그냥 여기서 해결해요" 아내가 말하자 남편은 여러 사람을 비집고 매대 앞으로 들어가 자신의 사이즈를 찾기 시작했다.

물가 급등에 따른 소비 위축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의 집계가 잇따라 터져나오는 가운데 대구지역의 경우, '경기상황과 상관없는 물품'으로 알려진 백화점 명품 소비까지 얼어붙고 있다.

백화점의 한쪽 귀퉁이 세일 행사 판매대는 사람이 몰리지만 정상제품을 파는 매장은 한산해졌고, 매출 감소라고는 몰랐던 대형소매점들도 마이너스 매출 성적표를 받아들기 시작했다.

대구·동아·롯데백화점 등 대구시내 3곳 백화점들이 올 1월부터 지난달말까지의 명품 매출 실적을 집계한 결과 3곳 모두 10~15%의 성장을 나타낸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15%의 매출 신장율을 이룬 롯데백화점의 경우 올해는 지난해 비교 시점보다 6개의 해외명품 브랜드가 더 입점했는데, 늘어난 브랜드 숫자를 감안하면 실제적으로는 지난해 대비 매출이 보합수준이라는 것. 다른 백화점들도 예년 명품 매출 성장률의 절반 정도만 올해 올린 것으로 파악했다.

대구백화점 한 관계자는 "다른 매장에 비해서는 비교적 선전했지만 예년에 비해 올해는 명품 매출 신장율이 좋지 않았다"며 "소비 위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세일을 아예 하지 않는 '초고가 해외명품'은 올해도 20% 가까운 성장을 이뤄내면서 최상류층 소비는 '살아있는' 소비 양극화 현상도 관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백화점 일반 매장에서는 '행사 상품은 인기 있고, 정상가격은 부진한'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동아백화점은 올들어 5월까지 행사제품의 매출구성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백화점 관계자들은 "정상가격 점포가 아닌 이른바 '매대' 상품이 잘 나간다는 것은 본격적 소비 부진의 신호탄"이라고 걱정했다.

대형소매점도 매출 부진을 겪기는 마찬가지. 올들어 상당수 점포가 지난해에 비해 마이너스 성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내 한 대형소매점 관계자는 "대형소매점은 자동차를 타고 나오는 곳인데 기름값이 급등했으니 나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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