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은 죽을 맛…'서울 공화국' 정책 잇따라

대구서 키운 그린에너지엑스포 서울서도 기획…KORTA 지역관 폐쇄 결정

'돈 되는 전시회는 수도권에서, 지방의 해외마케팅 업무도 대한투자무역진흥공사(KOTRA) 서울 본사에서.'

서울시가 대구에서 키운 명품전시회인 그린에너지엑스포와 같은 신재생에너지전시회를 내년부터 서울에서도 개최키로 하고 정부(지식경제부)는 지자체의 해외마케팅 업무에 큰 역할을 하는 KOTRA 지역관을 폐쇄키로 결정, '서울(수도권) 공화국'을 향한 정책과 조치들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내년 5월 '제3회 C40 기후변화협약에 관한 정상회의'(The 3rd C40 Climate Leadership Group Seoul Summit)에 맞춰 코엑스에서 신재생에너지전시회를 열기 시작, 매년 개최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는 물론 해외 글로벌기업들이 대구 전시회 대신 서울 전시회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시는 대구가 세계적인 전시회로 키운 그린에너지엑스포와 중복되고 시기도 같은 달에 열리기 때문에 전시회를 열되 신재생에너지분야는 제외해 달라는 대구시의 요구에 대해 "정상회의에 맞춰 열리는 전시회는 신재생에너지분야가 핵심이다. 정례화할 방침이다"고 밝혀 척박한 지방환경에서 키운 특화전시회를 가로채겠다는 의중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지난해는 대구에서 출범해 국내 굴지의 전시회로 성장한 '한국소방방재안전엑스포'를 경기 일산 대형전시장인 킨덱스로 뺏어가려다가 지역의 총력적인 저지로 무산되기도 했다.

엑스코 관계자는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정착시켜 놓으면 뺏어가려고 하는데, 이렇게 될 경우 지방에서 살아남을 전시회는 하나도 없게 될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편 지식경제부는 출연기관들의 해외마케팅에 관한 업무를 일원화한다는 명분 아래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해외 지사를 폐쇄하는 대신 KOTRA 국내 지역관을 없애고 해외마케팅 업무를 중진공 지부에 넘기기로 결정, 지방의 요구와 현실을 무시한 채 지자체와 지방기업들의 유일한 해외 마케팅 창구를 막는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현재 KOTRA 지역관은 11개 지부와 2개 사무소가 있는데 대구시만 하더라도 연간 30여회에 이르는 기업들의 해외전시회 및 박람회 참가와 대구에서 열리는 각종 전시회의 해외바이어 유치를 KOTRA 무역관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경부는 대신 해외마케팅 업무를 본연의 기능과 동떨어진 중진공에서 맡도록 결정했다.

이에 대해 대구상의 관계자는 "지방에서 잘 되면 서울에서 뺏어가고 지방기업들의 힘든 해외마케팅 업무에 도움을 주는 정부 출연기관을 없애면서 엉뚱한 기관에 넘기는 것은 '지방의 생존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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