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에너지 불감증

2006년 1월 31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미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미국은 석유에 중독돼 있다"며 미국민들의 석유 과소비를 경고하고 나섰다. 수입석유 의존도가 60%에 이르는 상황에서도 석유를 아낄 줄 모르는 미국민들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였다. 그러면서 2025년까지 중동에서 수입하는 석유의 75%를 에탄올과 다른 에너지원으로 흡수하겠다는 어젠다를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수요 억제보다는 기술력으로 해낼 것'이라며 에너지 관련 기술 육성을 강조했다.

지금 미국에선 대외석유의존도를 줄이고 석유소비를 효율화하기 위한 정책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석유수입의존율은 2015년까지 약 50%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올해 80억 갤런인 바이오연료 생산은 2030년까지 320억 갤런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신차의 연비를 오는 2020년까지 현재보다 40% 높인다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일본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에너지 사용에 있어서 짠돌이다.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그 중요성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 안다. 일본인들의 이 같은 짠돌이 근성은 일본에서 3월 판매 순위 1~8위 가운데 7개 차종이 경차 및 소형차였던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4위를 차지한 도요타 코롤라만이 유일한 준중형 차량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수입차 판매 1, 2위를 다투고 있는 렉서스 같은 대형차종은 일본에선 판매조차 되지 않는다. 이런 대형 차량은 주차할 곳조차 마땅치 않은 것이 일본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우리나라의 현재 하루 석유 소비량은 230만 배럴로 세계 7위다. 미국 일본 중국 독일 러시아 인도 등 여섯 나라만이 우리나라보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있다. 인구 세계 26위, 경제규모 세계 12위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의 에너지 소비는 확실히 지나치다. 그럼에도 정부나 국민, 기업 등 어느 경제 주체도 대책을 내놓지도, 요구하지도 않고 있다.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냉난방 온도 낮추기 같은 1970년대식 임기응변책만을 간간이 흘리고 있다. 기업은 경차 대기물량이 넘쳐도 행여 수익이 많이 남는 중형차 수요가 줄어들까 눈도 돌리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그저 기름값 대책을 세워달라고 아우성이다. 이 와중에 경차라도 갈아타야 하는 서민들만 죽을 맛이다.

정창룡 논설위원 jc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