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도시 외치는 대구…시립예술단 위상은 추락?

[대구문화행정 이대로 좋은가] ⑤문화수준 척도 시립예술단

시립예술단은 그 지역 문화예술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다. 정기적으로 연주회를 갖는 교향악단과 합창단, 국악단, 무용단, 오페라단 등은 그 인적 규모나 작품 제작비 등으로 인해 연간 수 억~수십억원의 운영비가 들기 때문에 많은 시·도에서는 '세금'으로 예술단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도시를 자임하고 있는 대구시 역시 1964년 만들어진 교향악단을 중심으로 40년 넘는 세월 동안 시립예술단을 꾸려왔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대구시의 행정력 부재와 단원들의 고질적인 지휘자 흔들기 등으로 시립예술단의 위상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립예술단 상임단원들은 2년마다 실기 평정을 받도록 돼 있다. 시립예술단 운영규칙 제6호 1항엔 '각 예술단별 근무평정은 1년마다, 실기 평정은 2년마다 실시한다'고 명시돼 있다. 실기평정을 통해 단원들의 기량을 높여 시립예술단의 위상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연, 지연을 배제하기 위해 시립예술단 설치조례에다 외부 전문 전형위원을 둘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대구시향 상임지휘자였던 러시아의 박탕 조르다니아는 재직 당시 실기평정을 통해 단원 11명을 탈락시켰다. 외부 전문위원과 함께 진행된 실기평정에서 실력이 미흡하다고 판단된 단원에 대해 재임용을 거부한 것.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당시 자료엔 기량 저하로 재임용 탈락된 단원이 단 한명도 없다. 이에 대해 구남근 대구시립예술단 지원팀장은 "시향에서 최근 15년 동안 실기평정을 통해 기량 저하로 나간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고 전했다.

이보다 앞서 대구의 첫 외국인 지휘자였던 라빌 마르티노프 때도 실기 평정에 따른 단원 탈락 문제가 거론됐으나 당사자의 강력한 반발로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사정은 다른 예술단도 마찬가지여서 결국 오디션은 관례에 따른 형식이 되고 말았다.

이 같은 사실은 전문 전형위원을 통해서도 나타난다. 대구시향의 실기평정을 맡았던 한 전형위원은 "대구는 기존 단원들 간의 결속력이 강해 냉정한 실력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최근 10년간 대구시향의 실력은 하향평준화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시립예술단은 계약직 공무원 신분이다. 예술작업에 종사하는 전문 공무원으로 생계 걱정 없이 수준 높은 기량을 선보이라는 것이 공무원 신분을 갖게 된 기본 목적이다. 하지만 말뿐인 오디션으로 기량이 계속 떨어지자 이들에 대한 물갈이론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 공무원에 대해서도 퇴출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시대 변화에 유독 이들만 예외일 수 없다는 것. 또 예술단 인력 운용이 적체되면서 해외에서 실력을 갖추고 돌아온 젊은 유학파들 역시 설 곳이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대구문화예술회관 측은 2003년 국악단 실기평정 불복 사태를 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2003년 상임지휘자의 실기평정 결과에 반발한 단원 5명이 천막농성과 함께 대구시를 상대로 소송을 걸면서 사태가 커지자 실기 평정에 대한 의지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대구문화예술회관 한 관계자는 "그 당시 농성으로 대구시와 문화예술회관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나서서 실력이 모자란다고 단원들을 내보내겠느냐"고 반문했다. 당시 소송은 결국 3년 만에 단원들의 패소로 막을 내렸지만 그 이후 대구시의 입장은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반면 한 시향단원은 실력 있는 젊은 연주자 영입에 대해 "줄리어드 음대를 졸업하고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가졌더라도 오케스트라는 앙상블이기 때문에 실력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젊은 피 수혈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최근 3년 동안 대구의 7개 시립예술단원 460명(사무국 직원 제외) 중 5% 정도인 22명의 단원이 퇴직해 신규 단원으로 교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사유는 정년과 결혼, 출산, 이주 등 대부분 개인 사정이었다. 2005년 지휘자 정명훈을 영입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서울시향의 경우 지난 3년 동안 54명의 신규단원이 영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원 총 인원이 104명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이 새로 교체됐다.

또 예술단의 최고 근속기간은 교향악단 28년 10개월, 국악단 22년 1개월, 합창단 20년 8개월 등으로 나타났으며, 평균 근속기간은 교향악단 12년 7개월, 국악단 11년, 합창단 10년 2개월 등이다. 일부 예술인들은 "뉴욕 필이나 보스턴 심포니 등 세계 내로라하는 악단들의 평균 근속 연수도 10년을 훨씬 웃돈다면서 실력이 없는데도 안 나가는 것이 문제이지, 단지 근속 연수가 오래됐다고 비판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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