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은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승리로 결판났다. 마지막 반전 기회를 노리며 끝까지 경선 완주를 고집했던 라이벌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러닝 메이트로 나설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현지 언론들은 그녀의 '우아한 퇴장'을 기대했으나 패배를 承服(승복)할 기회를 놓쳤다고 전한다.
지난해 8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후보에게 근소한 표차로 패배했다. 박 후보는 곧바로 승복했다. 혹은 눈물을 보이는 지지자들을 오히려 위로하며 자신을 도왔던 순수한 마음으로 정권 교체에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승리만큼이나 아름다운 패배'라며 큰 결단이란 찬사가 이어졌다. 총선에서 '친박연대'라는 정당이 생겨나고 그가 세의 한 구심점이 된 배경임을 부인키 어렵다.
경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후보는 그해 12월 본선에서 큰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리고 취임한 지 고작 100일. 아직 승리의 단꿈을 즐길 시기인데 전국에서 대통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선이나 본선 투표에서는 상대 후보를 이기기만 하면 됐다. 한 번의 勝負(승부)다. 그러나 본선 이후 대권을 거머쥐면 얘기가 달라진다. 임기 내내 승부가 이어지는 것이다. 상대가 국민이기 때문이다.
덕치를 유별나게 강조했던 조선 22대왕 正祖(정조)는 하늘을 본받고 백성을 섬기는 것이 정치의 근본이라고 했다. 하늘이 비로 만물을 적셔주어도 산천초목은 그 은혜를 알지 못한다. 하늘이 그 공을 알아주지 않아도 시혜를 골고루 베풀듯 백성의 칭송을 기대하지 말고 우리와는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아예 논란이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내 먹고 사는 데 임금이 무슨 상관이냐'고 노래한 요순시대의 擊壤歌(격양가)를 끌어들인 것은 시대가 달라도 국민들의 뜻은 여전히 배부르고 편안함에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편안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국민을 받드는 것이다.
지는 것이 곧 이기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상대가 국민일 때는 특히 그러하다. 국민을 이기려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옳고 그름의 차원을 넘어서는 하늘의 뜻임을 역사는 가르쳐준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이 대통령 아니었나.
이경우 논설위원 thelee@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