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우리 선조는 치아 건강을 오복 중 하나로 꼽아왔다. 그만큼 치아 건강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오는 9일은 치아의 날이다. 6월 9일을 치아의 날로 정한 것은 태어나서 여섯 살이 되면 영구치가 처음으로 나오고 앞니에서 여섯 번째에 있는 영구치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치아가 없으면 사람들은 치과에 와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신의 치아 대용으로 보철물을 제작하게 된다. 치아가 입 안에 있듯이 보철물도 입 안에 있어야 하는데 엉뚱한 곳에 있으면 상당히 곤란해진다. 언젠가 TV 프로그램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보철물을 삼켜 며칠 후에 변과 함께 나왔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치과 치료를 하다 보면 가끔 작은 보철물을 삼키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은 식도로 넘어가서 몸속 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세상 밖으로 나온다.
몇 년 전에 나에게도 이런 일이 있었다. 한 할아버지가 치료 중 기존의 보철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삼킨 것이다. 불행히도, 보철물이 식도로 가지 않고 기도로 넘어가서 응급실에 입원시킨 후 제거를 시도하였으나 실패했다. 나는 1주일 동안 흰머리가 눈에 띄게 생겼다. 당시에 교수님이 걱정하지 말라며 기도에서 꺼낸 물건들을 전시해 놓은 것을 보여 주었는데 동전, 닭뼈, 장난감, 그리고 치과 보철물 등등 다양한 물건이 많았다. 그중 한 치과 보철물은 워낙 커서 어떻게 삼켰는지 의문이 될 정도였다. 내 보철물은 전시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작은 축에 들었다.
다시 내과에서 기관지 내시경을 통해 기도 속 보철물을 제거하기로 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으니 담당 교수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보철물을 꺼냈습니다. 근데… 다시 식도로 넘어가서 좀 지켜봐야….' 비극이 희극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결국 1주일 정도 더 입원하면서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병원에서 며칠 후 전화가 와서 뱃속 방사선 사진에서 보철물이 보이지 않으니 보관해 둔 변을 확인해보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누가 확인을 하느냐였다. 결국 서로 눈치만 보다가 내가 직접 손으로 확인하여 그놈의 원수덩어리를 찾을 수 있었다. 지금은 웃으면서 동료들과 이야기하지만 당시에는 블랙코미디 영화를 한편 보는 기분이었다. 조심, 조심하더라도 사고의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이전보다 환자와 의료인 사이에 의료 과오나 사고에 대한 일들이 많은 것 같다. 명백한 잘못이 있으면 의료인도 환자에게 사과하고 책임을 지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그러나 통상적인 진료행위도 의료과오나 사고로 몰고 가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가끔은 우울해진다. 서로 비극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도록 대본수정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태어나서 변이 그렇게 정답고 예뻐보인 것은 처음이었다.
장성용 장성용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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