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10시쯤 대구 두류공원 문화예술회관 옆 광장. 돌멩이 하나씩을 얹은 신문지 조각과 휴지가 일렬로 줄을 서 있었다. 나뭇잎도 간간이 보였다. 50m가량 이어진 이 줄의 정체는 이날 정오에 시작되는 무료급식 대기자 순서였다.
벤치에 앉아 있던 한 노인은 "평일 점심시간마다 볼 수 있는 모습"이라며 "대충 놓은 것 같아도 자기 것은 다 안다"고 말했다. 오전 11시 50분. 2시간 전부터 무료급식 개시만 기다리던 60, 70대 노인들이 공원 여기저기서 일시에 몰려들었다. 누군가 새치기를 할라치면 "줄 서라"며 여기저기서 호통이 터졌다.
고유가, 고물가 여파로 서민 경제가 휘청거리는 가운데 홀몸노인이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기초생활 수급자·차상위계층 노인들은 더욱 힘겨운 하루하루를 나고 있다. 대구에서 가장 대규모로 무료급식이 열리는 두류공원에서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70대 노인은 자식에게 한끼 부담이라도 덜어주려고 나왔다고 했다. "기름값도 오르고, 가스값도 오르고 애들 벌어오는 돈은 고정돼 있는데 점점 살기 힘들어지는 것 같다"며 "집에서 밥을 해먹으면 가스값 나가는데 그거라도 아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날 무료급식은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가 마련한 행사. 월~금요일 각 기관이 돌아가며 여는 두류공원 무료급식행사에는 평균 500여명의 '손님'이 줄을 선다. 적십자사는 한꺼번에 500인분의 밥과 반찬을 지을 수 있는 최신식 조리차량을 이용해 점심봉사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무료급식 메뉴는 쇠고깃국과 김치, 파와 김 가루를 무친 찬이 전부. 하지만 길게 늘어선 '밥줄'은 급식이 시작돼도 한동안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배식을 하던 한 봉사자는 "두세번씩 급식을 드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라며 "무료급식 한끼로 하루를 때우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450여명이 무료급식을 먹었다. 잔반은 거의 없었다.
10년간 무료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는 서정환(49)씨는 "그만큼 경제가 어렵다는 얘기 아니겠나"라고 했다. 국을 끓이던 봉사자 신순태(51·여)씨도 "궂은 날씨에도 이 정도 오신 걸 보면 우리가 하는 밥이 맛있거나 경기가 안 좋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무료급식은 오전 11시 50분부터 50분 동안 이뤄졌다. 두류공원 무료급식 이용자는 IMF 이후 늘다가 5, 6년 전부터 300명 안팎으로 줄어들었는데 요즘 다시 늘어나고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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