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성교육

학교보건교육연구회가 지난 2006년 발표한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성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초등학생은 대부분 교사와 어머니로부터 얻는다. 중학생이 되면, 여학생은 어머니와 교사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았지만 남학생의 경우는 친구(32.9%) 인터넷(25.0%)의 비중이 높아진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면 70%가 넘는 남학생들이 친구와 인터넷으로부터, 여학생은 36.6%가 친구로부터 성을 듣고 배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성에 관한 고민을 상담하는 상대는 초등학생은 부모인 반면, 중'고생은 친구가 31.3~46.7%를 차지했다. 고민에는 상담이 필요한 탓에 인터넷의 비중이 낮았지만 상담자가 되어야 할 부모'교사의 비중은 더 낮았다. 커갈수록 학생들은 학교'가정과는 무관하게 스스로 성문제를 해결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예나 지금이나 성에 관한 한 가장 만만한 상담자가 친구라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상대가 주어졌다. 부모들은 다소 개방화됐지만 그만큼 더 바빠진 탓에 친구와 인터넷이 가장 적절한 우군이 됐다. 학생들은 제각각 인터넷 등에서 얻은 지식과 정보들을 주고받고 서로를 자극하면서 성숙해져 가는 셈이다. 자칫 잘못 이해하고 알게 모르게 서로가 서로를 나쁜 쪽으로 몰아갈 개연성도 커진다 할 것이다.

부모가 빠진 상황이라면 상담하고 위로해 줄 어른은 사실상 교사가 유일하다. 학교의 책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학교의 사정은 별로 그렇지 못해 탈이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지침에 따라 학교에서는 성교육을 연간 10시간 이상 편성, 운영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를 제대로 지키는 학교는 초교 28.8%, 중학교 48%, 고교 48.3%에 불과했다. 성교육 교사도 보건'체육'실기교사 또는 외래강사 등 들쭉날쭉 땜질식이었다. 성교육 담당 교사들은 정규 성교육 시간 확보와 전문교사 양성을 우선과제로 꼽고 있다.

대구 초교생 성폭력사건은 수사상의 혼선과 해당자들의 기피, 그리고 쇠고기 사태 등 큰 사건에 떠밀려 유야무야되는 느낌이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마저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어린이까지 성범죄에 가세하게 만드는 음란 퇴폐 매체와 환경에 대한 강력한 대처와 함께 학교현장의 성교육 강화 대책은 이 시점에서 분명히 마련돼야 한다.

김재열 심의실장 solan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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