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의] 권영오 교수(경북대의병원)

간경변증 초기…약으로 치료길 열어

간은 흔히 '침묵의 장기'라고 한다. 간염이나 지방간 등으로 90%까지 손상을 입어도 묵묵히 제 기능을 하다가 증상을 느낄 때 즈음이면 이미 치료시기가 늦어지는 특징 때문이다. 예를 들면 1980년대 초 백신이 등장하기 전 국민의 약 10%가 앓고 있던 B형간염의 경우 간염에서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발전하는데 보통 20~30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은 자신의 간염 보유 사실을 몰랐거나 알아도 별다른 증상을 못 느껴 병을 키운 경우가 많다.

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권영오(47) 교수는 월평균 800여명의 외래환자를 맞아 미련(?)한 장기에 생긴 간염이나 간경변증에 대해 예민해 있는 환자들에게 가능하면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노력하는 간 전문의다.

"최근 B형간염은 점차 줄고 있으나 90년대에 들면서는 C형간염 환자가 늘어납니다. 이유는 주사기나 수혈 및 혈액제제를 통한 감염이 많기 때문이죠." 권 교수가 담당하는 간염환자 중엔 상당수는 간경변증 조짐을 보인단다. 그가 간경변증을 확진하면 대개의 환자들은 심한 우울증이나 실의에 빠져'의사-환자'의 관계에서 치료 노력보다는 의료 외적인 건강식품이나 민간요법에 의존, 오히려 질환을 더 키우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내과의로서 간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레지던트 시절 B형간염이 만연했었는데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의학적인 도전 의식이 있었고 또 간은 인체기관 중 하는 일이 가장 많고 큰 장기여서 연구 분야가 많을 것 같아서죠." 내과적인 질환이 항상 그렇듯 간 질환중에서도 비슷한 증상의 질환들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효율적인 진단을 하려면 세심한 관찰력과 환자와의 상호 신뢰성,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하다. 오진을 막기 위해 의학적인 기본에도 충실해야 한다.

"간염에서 간경변증으로 이행하는 단계에서 간은 초기 간경변증이라고 할 수 있는 일종의 섬유화 과정을 겪게 됩니다. 문제는 돌이킬 수 없는 간경변증으로 진행되기 전인 섬유화 단계의 초기 간경변증은 좋은 치료제를 쓰면 간 기능이 다시 회복될 수가 있다는 겁니다." 권 교수에 의하면 일반적인 간염성 간 질환은 섬유화의 진행정도에 따라 치료 예후가 확연하게 달라진다.

그에게 99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의대 연수는 간 섬유화에 관해 본격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거기에서 권 교수는 B형간염 치료제를 이용한 간 섬유화가 조직적으로 호전된다는 사실을 5편의 논문을 통해 처음으로 밝혀냈다. 간 표면에 허옇게 생긴 섬유화가 일정기간 B형간염 치료제를 투여한 후 섬유조직이 현저하게 사라진 연구결과는 2001년 미국 간 전문 의학저널지 표지를 장식하게 됐다.

"내과의사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환자의 호소를 귀담아 들을 줄 알아야 한다는 거죠. 질병 자체보다는 사람을 치료한다는 목적의식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치료지침 중엔 환자가 질환에서 회복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북돋워 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겁니다."간 질환은 대개 처방약으로 충분하며 불필요한 것에 경제적인 낭비를 할 필요는 없다는 충고도 덧붙였다.

요즘 권 교수가 새로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비만이 주요원인인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다. 증상은 알코올성 지방간과 같으며 2000년대 들면서 환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역시 간경변증과 간암으로의 진행과정은 알코올성 지방간과 동일한 경로를 밟는다. 심할 경우 간기능 이상증상도 동반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기면 간염과 같은 효과가 좋은 치료약이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오직 비만을 해소해야만 지방간이 줄어듭니다." 따라서 권 교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에게는 치료약을 처방하지 않는다. 운동과 규칙적인 식사만이 이 지방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간은 증상을 느끼면 늦죠. 간염 보유자는 비록 바이러스가 비활동성이라 할지라도 6개월에 한번은 혈액이나 간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건강한 간을 위한 첩경입니다."권 교수의 간관련 논문 110여편 중 16편은 SCI에 등재됐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프로필

△1986년 경북대 의대 졸업 △87~90년 경북대병원 인턴 및 내과전공의 △94~현재 경북대 의대 교수 △99~2001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대 소화기센터 연수 △2001~2003년 대한소화기학회 학술위원 및 대한간학회 간행위원 △2003~2007년 대한간학회 학술위원 △2004'2007년 대한간학회 B형간염치료 가이드라인 제정위원 △2005년 대한간학회 간경변증합병증치료 가이드라인 제정위원 △미국간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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