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영섭의 올 뎃 시네마]공공의 적1-1

더 강렬해진 공공의 적과 맞선 돌아온 무대포 열혈형사 강철중

강동서 강력반 강철중이 돌아 왔다. 둔중한 몸짓, 육중한 한방. 오기·독기·결기·객기가 모두 모여 아랫배를 출렁이게 하는 사내 강동서 강력반 강철중 형사. 강철중이란 이름을 내세운 것만 보아도'공공의 적 2'에서 검사 강철중보다 이번 시리즈는'공공의 적 1'의 적통을 잇겠다는 야심을 영화는 굳이 감추려 들지 않는다. 그만큼 이번 시리즈의 성공 역시 관객들에게 화마같은 인상을 남긴 열혈형사 강철중이란 캐릭터의 열전에 있겠다.

그런데'강철중 공공의 적 1-1'의 가장 아이러니는 이 영화의 제목을'강철중'보다 '이원술 공공의 적 3'이라고 붙여야 할 만큼 악당역의 배우 정재영의 카리스마가 출중하다는 것이다. 약간 핏발선 눈으로 특유의 웃음을 흘리는데도, 왠지 이 영화속 정재영은 슬퍼 보인다. 그간'공공의 적 1'의 이성재와'공공의 적 2'의 정준호가 무조건 치를 떨게 하는 악당이었다면, 정통 깡패를 자처하며 부하들을 선동하고 진심을 보여주는 듯 하다가도 비수를 꽂는 그의 카리스마는 가히 우리나라 악당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보여진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설경구와 정재영의 필사의 사투를 벌이는 라스트 씬 보다, 회칼을 들고 가 자신이 직접 해결사 노릇을 하며, 대기업의 회장과 한판 붙는 스시집 씬의 문성근 대 정재영의 결투야말로 이 영화의 명장면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바이다. 그때 강우석의 카메라는 마치 세르지오 레오네의 웨스턴 무비처럼 정재영과 문성근의 얼굴 클로즈업을 교차 시키며, 두 사내의 기를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해 준다. 그 흔한 칼질 한번 없이 흰천에 둘둘 말린 회칼만 탁자 위에 고스녁 하지만, 둘 사이에 전달되는 그 긴장감 만큼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 순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것이다.'공공의 적 1-1'은 강우석의 영화지만, 동시에 장진의 영화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 영화 속에 툭툭 내뱉어지는 강철중, 이문식, 유해진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장진의 것이었다. 이문식이 강철중을 바라보며"돈 궁한 사람 눈 밑에는 엽전 주름이지는 것 모르죠"라고 내뱉을 때, 칼맞은 강철중이 정재영이 운영하는 식당에 가서 상처에 소주를 부으며"육회 가져와라. 피를 많이 흘렸더니 비슷하게 먹고 싶다"고 일성을 내지를 때.

여기저기서 장진식 유머와 아이러니는 부지불식간 툭툭 튀어 나와 사람들을 웃기지만 동시에 액션의 혈맥을 끊어 버린다. 그래서'공공의 적 1-1'은 액션은 적고 수다가 많은 강우석 영화의 필모에 상당히 기이한 모양새를 한 엉거주춤한 영화가 돼 버렸다.

게다가 영화는 자신의 진짜 제목이'더티 해리, 400번의 구타 소년을 만나다'인 것처럼 고교생에게 칼을 쥐어주는 조폭의 잔혹함을 강조한다. 하지만 형사든 깡패든 욕을 하고 주먹질을 해 대는 빈도와 강도는 전혀 줄어 들지 않은,'폭력에 대해 설교하는 폭력적인 영화'가 바로'공공의 적'인 것이다.

그러니'공공의 적'은 기대를 안 하면 안 할수록 재미있게 볼 수 있고, 기대를 하면 할수록 재미없게 보는 그런 영화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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