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남자 가수들에 대해서 알아보자. 여성가수의 대표가 소프라노라면, 당연히 남자 중에서는 테너가 가장 돋보이는 존재다.
일단 테너는 소프라노의 상대역이라고 보면 된다. 오페라 이야기의 대부분이 사랑의 이야기 즉 연애담이다. 그런 만큼 여주인공인 소프라노와 사랑에 빠지는 역할을 테너가 맡는다. 즉 테너는 소프라노와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다.
물론 소프라노를 좋아하는 사람이 테너만이 아닐 수도 있다. 두 사람이 한 소프라노를 좋아할 때, 그들은 보통 테너와 바리톤으로 나뉜다. 그럴 경우에 두 사람이 모두 소프라노를 사랑하지만, 소프라노가 좋아하는 쪽이 테너가 된다. 즉 테너만이 소프라노의 사랑을 받는다. 자연히 바리톤은 테너의 라이벌 즉 연적이 되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 베르디의 '가면무도회', 벨리니의 '청교도'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또한 가끔은 세 남자가 한 여자를 좋아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 세 남자는 테너, 바리톤, 그리고 베이스 순서로 배치된다. 베르디의 '에르나니'가 이런 구도다. 이때도 소프라노가 마음으로 선택한 남자가 테너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테너는 남성의 음성 중에서 가장 높은 성부로서, 자연스러운 소리라기보다는 거의 훈련에 의해서 터득된, 일상으로서는 예외적인 고음을 내는 전문가들이다. 이런 테너 역시 소프라노처럼 몇 가지의 형태로 나뉜다.
가장 가벼운 소리는 '레제로(leggiero) 테너'라 불린다. 가볍고 가는 음성이 특징으로서, 모차르트나 로시니 오페라의 남자 주역들은 대부분 이 목소리가 적합한 역할들이다.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의 오타비오, '코지 판 투테'의 페란도,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의 알마비바, '신데렐라'의 라미로 등이다. 그 외에도 도니체티의 '람메르무르의 루치아'나 '사랑의 묘약', 벨리니의 '몽유병의 여인' 등의 남자 주인공들이 이 음성이 적합하다. 역사적으로 루이지 알바, 페루치오 탈리아비니, 프리츠 분덜리히 등이 이런 소리였다.
다음으로 '리릭(lyric) 테너'가 있다. 레제로보다 무거운 소리로서 서정적이고 깊이 있는 표현이 가능하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 '가면무도회'의 리카르도 등이 대표적이다. 호세 카레라스나 카를로 베르곤치, 주세페 디 스테파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테너 중에서 가장 무거운 소리는 '드라마틱(dramatic) 테너'라고 부른다. 베르디의 '오텔로'의 오텔로, '아이다'의 라다메스, 그리고 '일 트로바토레'의 만리코 등이 대표적인 역할들이다. 마리오 델 모나코나 프랑코 코렐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바그너의 오페라들은 대부분 주인공이 강력한 음성을 가진 드라마틱 테너들이 부르는데, 바그너 오페라의 드라마틱 테너들을 특히 "영웅적인 테너"라는 뜻의 '헬덴(Helden) 테너'라는 말로 부른다. 볼프강 빈트가센이나 페터 호프만 등은 전설적인 헬덴 테너들이었다.
리릭 테너를 더욱 분류하면 다시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리릭 레제로, 리릭, 그리고 스핀토(spinto) 등이다. 리릭 레제로는 푸치니의 '라 보엠' 중의 로돌포 같은 역인데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대표적인 경우다. 스핀토는 푸치니의 '나비부인'의 핑커톤 등인데, 리처드 터커가 대표적인 스핀토 테너였다. 그러니 테너는 결국 다섯 분류로도 나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소프라노의 분류와 거의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페라 평론가, 정신과 전문의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