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고유가 시대. '검은 황금' 석유가 펑펑 솟는 중동이나 남미 국가들이 너무나 부럽다. 눈을 안으로 돌려보자. 우리나라에도 석유가 난다. 한국은 세계 95번째 산유국이다. 2004년부터 동해-1 가스전에서 초경질원유 1천배럴과 가스 1천t을 매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자주 원유개발률은 3%에 불과하다. 반면 석유수입은 세계 5위, 석유 소비는 세계 7위. 대다수 사람들은 '한국에는 석유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산유국의 꿈. 이룰 수 없는 판타지일까.
◆대형 유전, 과연 판타지일까
1976년 1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을 통해 중대발표를 했다. 영일만 일대에 석유가 발견됐다는 소식. 온 나라는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하지만 이는 시추장비의 윤활유를 원유로 착각한 것으로 드러났고, 산유국의 꿈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정권의 과대 포장에 국민들이 놀아난 셈이었다.
1970년대 말 제7광구(제주도 남쪽~일본 규슈 서쪽 대륙붕)에서 석유가 발견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제7광구'(가수 정난이)라는 노래가 1980년에 유행하기도 했다. '나의 꿈이 출렁이는 바다 깊은 곳/ 흑진주 빛을 잃고 숨어있는 곳/ 제7광구 검은 진주/ 제7광구 검은 진주~'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는 한국. 그러나 원유 생산국 대열에 오르는 꿈을 꾸며 많은 이들이 오늘도 원유 탐사에 나선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대형 유전 발견이 결코 꿈이 아니라고 말한다. 국내 대륙붕의 석유 부존 가능성은 충분하고, 지질학적으로도 석유 개발이 활발한 동남아시아 인근 해역과 국내 대륙붕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륙붕의 석유 채굴은 '판타지'로 느껴진다. 왜 그럴까. 없어서가 아니라 몰라서 못 뽑는다는 게 답이다.
국내 대륙붕 탐사는 대만이나 일본보다 한참 뒤처져 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대륙붕 시추공은 43공으로 일본 183공, 대만 137공에 크게 못 미친다. 반면 대륙붕의 넓이는 한국이 30만㎢로 일본 38만㎢에 못 미치지만, 대만(24만㎢)보다는 오히려 넓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실제로 파 보기 전에는 매장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며 "그동안 시추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석유가 매장돼 있어도 어디에 얼마나 매장돼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륙붕 탐사가 미진한 것은 일종의 '악순환'때문이다. 국내 석유 채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인색한 연구·개발 투자를 부르고, 뒤처진 기술력으로 인해 실패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통상 원유·가스 부존율은 6, 7%에 불과해 배럴당 20달러를 오르내리던 저유가 시대에는 석유 탐사가 고비용·저효율 사업 취급을 받아왔다.
전문가들은 소규모 유전의 개발과 기술 인력의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운송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소형 유전이라도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는 것.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는 "국내는 석유 탐사 전문가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데다 석유 부존 가능성을 연구하는 탐사 단계에조차 투자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100만배럴 정도의 소규모 유전이라도 개발해 자체 기술력을 키움으로써 자주 원유 도입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높아가는 기대감
한반도 주변 대륙붕에 대한 탐사 작업은 지금도 활발하다. 한국석유공사는 세계적인 심해탐사 전문업체인 호주의 우드사이드사와 함께 동해 울릉분지 제8광구와 동해-1가스전 북쪽 6-1광구에 대한 본격적인 탐사를 벌이기로 했다. 수심 1천m 이상 심해저를 중심으로 7월말까지 물리탐사를 끝내고 내년 5월까지 탐사 자료 해석 및 평가작업을 거쳐 시추 위치를 선정할 계획. 탐사 시추가 결정되면 2010년부터 본격적인 시추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일 공동개발구역인 남해 제7광구 제주분지에 대한 탐사도 추진되고 있다. 석유공사는 오는 10월까지 일본의 JAPEX 등 민간업체 3곳과 3·5·6소구의 인공위성 자료를 분석할 계획이다. 탄성파 탐사 및 분석을 통해 석유 매장 가능성이 큰 5개 구조도 확인됐다.
중국과 일본은 동중국해 개발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 문제에서 합의 단계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동중국해는 250억t의 원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국내 연간 원유 수입량인 8억7천만배럴의 200배가 넘는다. 이 일대에서 석유 채굴이 시작되면 같은 광구인 제7광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북한,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한국과의 공동개발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4월 이명박 대통령의 방일 기간 중 제7광구의 공동개발을 제안했지만 일본 측의 대답을 듣지 못했다. 2028년이면 한국의 권리가 소멸될 가능성이 커 굳이 일본이 공동개발에 나설 이유가 없는 탓이다. 매장 가능성이 높은 서해분지의 경우 중국과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이렇다 할 개발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일본의 비협조, 중국과 외교 마찰 우려 등으로 현재 대륙붕 탐사는 동해에만 국한된 실정"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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