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달 31일부터 1일 새벽 사이 서울 도심에서 열린 촛불시위 진압 과정에서 물대포를 발사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찰이 보유한 살수차로 쏜 물대포를 맞은 시민들 중에 부상자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타박상은 물론 안구나 고막 손상 때문에 수술을 해야 하는 부상자도 생겼다. 이와 관련해 명영수 서울경찰청 경비과장은 1일 브리핑을 통해 "물대포는 경찰 사용 장구 가운데 가장 안전하다. 경찰봉보다 안전하다"며 "물대포를 맞고 부상당했다면 거짓말"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직사할 경우 치명적인 물대포
'물대포가 안전하다'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단 '규정대로 한다면'이란 가정이 붙는다. 경찰장비관리규칙 제91조(특별관리)는 '살수차(물대포)는 발사각도를 15도 이상 유지해야 하고, 20m 이내의 근거리 시위대를 향해 직접 쏘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경찰의 표현대로라면 '10~15m 떨어진 위치에서 성인 남성이 맞으면 멍이 들 정도의 통증이 느껴지는 정도의 수압'(소방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약 10㎏f/㎠)이다. 중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번 진압·해산 과정에서는 버스 위에 올라간 사람에게 직접 물대포를 발사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5~10m 거리의 시위대를 향해서도 강력한 물줄기가 쏟아졌다.
최우익 계명대 동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물대포가 "치명상을 입힌다고도 안 입힌다고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 교수는 "어느 순간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배에 물대포를 맞으면 장 파열이 생길 수도 있다. 눈은 특히 크게 영향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파열은 방치할 경우 나중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한 누리꾼은 "물대포를 맞으면 분명히 안구상해 위험이나 물줄기에 의한 낙상의 위험이 있다"는 영국 국방과학기술연구소(DSTL)의 자료를 인용하기도 했다.
대구 북부소방서 관계자도 "화재 진압시의 수압이 3~5㎏f/㎠ 정도인데 수압이 이보다 더 세면 보도 블록이나 유리창도 파손된다"며 "사람에게 직접 쏘면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물대포에 맞은 시위대의 옷이 찢긴 사례도 알려져 있다.
◆전국에 14대, 본래 소방선용
이번에 사용된 살수차는 어떤 차량일까? 경찰이 살수차를 처음 도입한 것은 1989년이다. 경찰은 경찰과 시위대 양측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불법시위 조기 진압 및 대형 집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이스라엘제 물대포를 사들였다. 이후 2005~2007년 매년 추가 도입해 현재 전국적으로 물대포는 14대(대구에는 1대)가 있다. 이번 촛불 집회 현장에는 5대가 출동했다. 물대포는 대당 2억여원(도입 초기에는 대당 4억여원)이다. 규격은 길이 10m, 높이 3.8m, 무게 11t. 한대에 8t의 물을 담을 수 있다. 6명이 탈 수 있으며 물대포 살수 속도는 시속 100㎞에 달한다. 차량 내부에는 폐쇄회로(CC) TV가 설치돼 있어 외부 상황을 살피거나 현장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대구에는 지난해 초 한대가 보급됐다.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어 훈련만 가끔 한다"고 밝혔다. 이 차량은 현재 서울에 가 있다.
물대포는 원래 소방선용으로 발명됐다. 선박이나 물가 건물 화재를 진압하기가 매우 어렵고 위험했기 때문이다. 물대포가 시위 진압용으로 개발된 것은 1960년대 미국에서다. 화기나 최루탄, 곤봉 등을 함께 사용하는 것보다 안전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물살에 나가떨어지는 모습이 언론에 비치면서 선호도가 많이 떨어졌다. 1997년 이후에는 염색약을 섞어 시위대에게 쏘는 경우도 생겼다. 시위대 색출과 체포를 쉽게 하려는 목적에서였다. 최근 차량은 대부분 최루가스를 섞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난해 호주에서는 시드니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최초로 물대포를 구입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특장차량 회사인 이스라엘 BAT사의 경우 현재 15종의 물대포 차량을 판매 중이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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