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표현하기 부끄러운 마음 전하는 통로

"유은정씨 계십니까"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웬 남정네(?)가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거다. 얼른 일어나 달려가 봤다. 퀵 아저씨였다. 근데 아저씨 손에 커다란 케이크 상자랑 꽃다발이 들려져 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얼른 사인을 하고 회사 식구들이 보는 앞에서 개봉을 했다. "어떤 남자야? 좋겠다." 들려오는 소리를 뒤로하고 기대 반 설렘 반으로 꽃다발 안에 들어있는 편지지를 살짝 열었다. 주인공은 바로 선경 언니였다. 친언니 같은 선경 언니가 내 생일을 위해서 깜짝 이벤트를 준비한 거였다.

편지에는 "사랑하는 동생 은정, 생일 축하해. 직접 너 생각하면서 꽃을 접었는데 맘에 들었으면 좋겠어. 늘 이 언니에게 힘이 되어 줘서 너무 고맙고 널 알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언제까지나 나도 너에게 힘이 되고, 믿음직한 언니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할게"라는 장문의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너무너무 고마웠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와이어 공예를 배운 언니가 나를 위해 나만의 꽃다발을 만들어 준 것도 좋았지만 언니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편지내용에 더욱 감격했다.

편지는 그런 것 같다. 평소 표현하기 부끄러운 마음을 솔직히 담아 전할 수 있는 통로.

내가 아는 언니는 "사랑한다"는 말에 어색해 하는 사람이다. 그런 언니가 편지를 통해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 것이다. 집에 가는 길에 하트표가 잔뜩 그려진 편지지를 살까 보다. 친언니같이 소중한 나의 선경 언니에게 나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쓸까 보다.

"나도 언니를 알게 되어 너무 행복하고, 잘하도록 노력할게. 언니야 사랑해"

유은정(대구 동구 신천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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