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정태의 중국이야기] 남다른 절약습관

원유가격이 인상되었다고 난리지만 좋은 점도 있다. 주차장이 느슨해졌다. 아침마다 초를 다투어 출근하고 보면 정작 주차할 곳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한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던 학교가 바뀌었다. 차량이 갑자기 줄어들었다. 우스갯소리로 빈대 서 말을 끌고 가는 것보다 교수 두 사람을 함께 데려 가는 것이 더 힘들 다할 만큼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교수집단이다. 누가 시킨다고 솔선수범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안타깝다. 한국사회에서 대학교수라면 그나마 중산층 정도는 될 터인데도 유가가 인상되었다고 하루아침에 생활패턴이 바뀌었다. 이는 한국사회에 축적된 부가 그만큼 얕다는 의미다. '껍데기만 부자인 나라'라는 방증이다.

진짜 부자나라는 사람들이 어떨까? 공통적으로 일상적인 절약습관을 가졌다. 독일인들은 샤워기에 계량기를 부착해 놓았다. 샤워를 할 때 계량기 숫자가 눈에 보이기 때문에 꼭지를 편하게 틀어놓을 수가 없다. 일본인은 더 하다. 인도여행에 나선 일본 젊은이들, 무더운 여름날 병값 1루피를 아끼려고 선 자리에서 음료수를 다 마시고 병값을 환불받아간다. 더 지독한 이들이 중국인이다. 안 씻고, 안 쓴다 하여 말들이 많지만 외환보유고가 세계최고인 나라이다. 소득에 비해 저축률이 가장 높은 국민들이다.

중국 사람들의 아끼는 습관은 필설로 다할 수 없다. 중국가정집에서 하숙생활을 할 때다. 식구들이 샤워를 하러 들어갔는데도 물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방음이 잘 된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벽면에 식구 수대로 젖은 수건이 걸려 있다. 물을 틀어 놓고 샤워하는 것이 아니라 닦는다. 젖은 수건 한 장으로 온 식구가 세면을 한다는 말이 참이더라. 물만 아끼는 것이 아니다. 난방에도 아이디어 백태다. 일반적으로 중국도시는 지역난방체계가 가동된다. 때문에 하루에 두세 차례 온수가 공급되는데 온수가 돌 때 열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흉물스러운 배관 파이프가 집안으로 돌출된 것은 기본이고, 집집마다 난방 파이프에 쇠뭉치를 매달아 놓았거나 물통을 연결해 놓았다. 풍성한 식사자리에도 몸에 밴 절약습관이 드러난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 사람들, 요리주문은 거창하다. 다 먹지 못할 만큼 많은 양을 시키지만 버려지는 음식은 없다. 식사가 끝나면 모든 음식을 포장해 간다. 심지어 국물이 있는 요리까지 포장을 요구한다.

강제된 절약도 있다. 상하이 이남 지역에는 건축 시에 아예 난방설비를 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겨울에는 날씨가 엄습해서 난방장치 없이 견디기 어려울 텐데도 남방 사람들의 대답은 간단하다. 북방사람들에 비하면 얼어 죽을 일이 없어 다행이라는 것이다. 도시들의 야간평균조도도 낮다. 전체 국민들의 생활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만든다. 가게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가정은 밤 10시가 되기 전에 불이 꺼진다. 왜냐하면 이른 시간에 잠시 열리는 아침시장에서 일용할 양식을 사야하기 때문이다. 아침시장의 야채와 채소는 싱싱하고 값이 싸다. 대학생들의 기숙사는 진짜 강제가 행해진다. 밤 10시가 되면 일괄 전력공급을 끊는다. 괜히 밤늦게까지 일하고 공부한다고 전기 소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건강과 하루일과에 좋다는 것은 상식이다.

지금 중국은 자연재해와 세상질투로 궁지에 몰려있다. 버는 것보다 쓸 곳이 더 많을 게 틀림없다. 그럼에도 중국은 당당하다. 그것은 중국인들의 절약습관, 알뜰함이 있기 때문이다. 반추, 너무 풍족한 우리 사회의 허상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지금, 아낄 것이 있을 때 아끼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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