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을 맞아 고전 영화 '제17 포로수용소'(Stalag 17·1953년)가 이번 주 안방을 찾는다.
'제17 포로수용소'는 스티브 맥퀸 주연의 '대탈주'(The Great Escape·1963년)와 함께 전쟁 포로를 다룬 대표적인 작품이다.
1944년 다뉴브 강변에 위치한 독일의 제17 포로수용소. 여기는 격추된 미 공군의 포로 630명이 수용돼 있는 곳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제4 막사의 포로 두명이 탈출을 시도하다 독일군에게 발각돼 그 자리에서 총살당하고 만다. 미군 포로들은 막사 안에 독일군의 끄나풀이 있다고 믿는다. 대부분이 세프턴(윌리엄 홀든)을 의심한다. 그는 다른 포로들과 다른 충분한 이유가 있다.
막사 안에서 쥐를 이용해 경마클럽을 운영하고 증류주를 만들어 술을 팔고, 건너편 러시아 포로들의 여체를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돈을 위해서는 물불을 안 가릴 위인이다. 그 또한 "탈출을 감행하다 개죽음 당하느니 차라리 수용소에서 편하게 지내겠다"고 한다. 물론 독일군과 '더러운 거래'도 서슴지 않는다. 조국애도 포로로서의 울분도 없이 그는 자신만을 믿는 지독한 개인주의자다.
그래서 동료들로부터 가혹한 린치도 당한다. 그러나 그는 다른 동료들이 하지 못하는 중요한 일을 해낸다. 막사 내의 끄나풀을 잡는 것도,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탈출을 성공해 내는 것도 바로 세프턴이다.
'제17 포로수용소'는 빌리 와일더 감독의 작품이다. 그는 '선셋 대로' '뜨거운 것이 좋아' '사브리나' '7년만의 외출' 등을 만든 대감독이다.
죽음 앞에 선 포로들의 이야기지만 '뜨거운 것이 좋아' 등의 영화에서는 특유의 유머감각도 잃지 않고 있다. 동료들로부터 '애니멀'이라 불리는 인물(로버트 스트라우스)이 러시아 여군 포로들이 목욕하는 것을 보기 위해 건너편 포로수용소로 태연하게 걸어갈 때나 당대의 스타 베티 그레이블에 대한 간절한 사랑을 표현할 때, 영화는 보는 이들로부터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가벼운 흥밋거리로 볼 영화는 아니다. 싸늘한 냉소도 담고 있다. 주인공인 세프턴이 바로 그렇다. 그는 도무지 동료들과 섞일 수 없는 인물이다. 하는 짓도 그렇지만, 곳곳에서 터지는 빈정대는 말투는 감독의 냉소주의를 대변하고 있다. 와일더는 세프턴의 개인적 투쟁을 그리면서 그가 범상한 동료들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라고 이야기한다.
유머와 위트, 냉소주의와 함께 스릴러적인 요소도 절묘하게 배합돼 있다. 탈출할 때의 긴박한 스릴은 물론이고, 독일군 끄나풀을 색출하는 과정은 웬만한 추리극을 능가한다. 윌리엄 홀든의 연기가 일품이다.
컬러로 채색된 영화가 지천인 가운데 모처럼 만에 맛보는 흑백 수작영화이다. 120분. KBS1TV 9일 0시 50분 방송.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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