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시의 가장 동쪽 마을 '하늘아래 첫 동네'인 용성면 매남4리 최종목(51) 이장. 그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그 흔한 휴대전화조차 터지지 않고, 인터넷도 들어오지 않는 등 현대 문명의 혜택에서 한발짝 벗어난 이 마을의 이장을 올해로 6년째 맡고 있다.
용성면 소재지에서 10km 정도 떨어진 매남4리는 청도군 운문면과 영천시 북안면 등 3개 시군 경계에 우뚝 솟은 구룡산(해발 675m)아래 산골 마을이다.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했다고 해서 붙여진 구룡산을 중심으로 서남쪽은 경산 구룡이요, 동쪽은 청도이고, 북쪽은 영천 북안이다. 경산 구룡과 인접한 청도군 운문면 정상리의 천주교 구룡공소는 구한말 천주교 박해를 피해 들어온 천주교인들이 세웠다.
"6대조 할아버지가 경산 구룡에 터를 잡은 이후 일제시대만 해도 살기가 좋은 마을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산 아래 동네는 수시로 공출 때문에 살기가 어려웠으나 우리 마을은 깊은 산골에 있어 공출을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최 이장은 "지금은 이농으로 15가구에 19명의 주민만 살고 있지만, 지난 70년대에는 한 때 50여가구 200여명이 넘게 살았다"고 한다. 인근의 송림초교 구룡분교와 최 이장이 산길을 따라 왕복 8km 걸어 다녔던 청도 운문면 봉하초교도 이농의 현실에서 문을 닫은지 오래됐다.
그는 초교 6학년 때 큰댁이 있는 부산으로 전학을 가서 중학교를 다녔지만, 장래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짓고 살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부산 원예고를 거쳐 상주농잠전문대학을 1981년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최 이장은 염소를 키우기 위해 구룡 본마을에서 2.5km정도 떨어진 독가촌으로 이사를 했고, 영천장에서 어미 6마리와 새끼 4마리를 사서 택시 트렁크에 싣고와 사육을 시작했다.
2남3녀의 장남이었던 최 이장은 지난 27년 동안 염소를 길러왔다. 그래서 곤궁한 시골에서 돈이 필요할 때마다 기르던 염소를 팔아 동생들 대학도 시키는 등 살림의 밑천이 됐다는 것이다. 1984년 영농후계자로 선정돼 받은 자금 750만원으로 소 두 마리를 구입해 시작한 한우 사육도 해가 갈수록 사육두수가 늘어났다.
당시 농촌진흥청에서 발간하는 월간지에 그의 성공사례가 실렸고, 이것을 인연으로 아내 이영희(46)씨와 중매로 1989년 결혼도 했다. 근면 성실로 농경지 하나 없이 시작했지만, 지금은 60여마리의 한우외에도 임야와 농경지를 6만6천여㎡로 늘렸다.
매남4리 본동네인 구룡마을에는 1989년 청도 정상에서 전기를 끌어와 사용했으나 독가촌에서 살고 있는 최 이장집에는 1994년 전기가 들어왔다. "처음부터 전기 없이 살았으면 덜 불편했을 텐데 집사람이나 저나 도회지에서 살다가 전기가 없는 곳에서 살자니 불편하고 답답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이곳은 해발 650m 정도 고지대 동네라 다른 지역보다 춥고 눈도 자주 온다고 한다. 그럴때마다 그는 트랙터를 이용해 사람들이 다닐 수 있도록 눈을 쓸어 길을 터 준다. 용성면 소재지까지 10km 정도 떨어진 용성 초·중학교를 다닌 두 아들을 위해 10년 넘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차로 등하교를 시켰다.
그때나 지금이나 오전 5~6시 정도만 되면 동네 어른들의 전화가 걸려온다. 용성 나갈 때 차 좀 태워 달라거나 비료나 농약을 사 달라는 등의 주문이다. 그때마다 최 이장은 이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는 심부름꾼이자 배달부다.
"우리 마을 사람 중 저희 부부가 나이가 가장 젊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 무척 외로워하지요. 스스로 몸조차 추스르기 어려운데 필요한 볼 일을 봐주고 이야기할 상대라고 되어주면 반가워하고 '고맙다'는 말씀을 잊지 않아요. 그때마다 보람을 느끼지요,"
"정보화 시대인데 아직도 인터넷도 안들어 오고 휴대전화도 통화가 안돼 답답하지만 어쩔수 없잖아요. 없으면 없는대로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만족하면서 살아야지요." 최 이장은 불편함이 많은 동네에 살고 있지만 스스로 만족해가면서 묵묵히 맡은바 소임을 다하는 '청정 이장'이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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