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욕탕·찜질방·운전학원·퀵서비스 '죽을 맛'

"운영할 수록 적자"

대구 달서구에서 15년째 목욕탕을 운영해 온 김모(46)씨는 요즘 폐업을 고려 중이다. 물을 데우고 사우나실을 가동하는 데 드는 기름값이 월 50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300만원이면 충분했다. 김씨는 "목욕탕 운영이 지금처럼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며 "유가 때문에 '고장'이라고 써놓고 일부러 사우나실 운영을 하지 않는 목욕탕도 있다"고 했다.

목욕탕이 고사 직전이다. 한국목욕업중앙회 대구시지회에 따르면 대구 전체 476개 목욕탕 가운데 올 들어 폐업신고가 10개소, 임시 휴업이 4개소다. 목욕업대구시지회 김중원(61) 사무국장은 "저녁때만 영업하는 '올빼미 목욕탕'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동네 목욕탕·찜질방·음식점부터 오토바이 퀵서비스, 자동차운전연습학원에 이르기까지 소규모 업체들이 고유가 폭풍에 휘청대고 있다.

운전면허시험장은 개점 휴업 상태다. 있는 차도 세워두는 판에 새로 운전면허증을 따려는 예비 운전자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탓이다.

지난 5일 오후 달서구의 한 자동차학원은 1,2종 연습차량들이 시동을 끈 채 잔뜩 늘어서 있었다. 운전연습 강사 이모(46)씨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벌써 구조조정 얘기가 나돌고 있다"고 걱정했다. 또다른 자동차 학원 업주는 "휘발유·경유가격이 ℓ당 2천원에 육박하면서 월 500여명이던 수강생이 300명 아래로 떨어졌다"며 "다음주부터 직원들을 절반씩 휴가를 보낼 작정"이라고 말했다.

고유가 충격은 연료를 때는 업종이면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오토바이를 이용해 물건을 배달하는 퀵서비스업체 직원 최모(39)씨는 "지난해에 비해 휘발유값이 월 10만원 정도 더 올랐다"며 "일거리까지 줄어들어 아이들 학습지를 끊었다"고 하소연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사진·정우용기자 v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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