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중매쟁이, 변호사

변호사 생활을 한 지 10여년이 지났습니다. 많은 사건을 접했습니다. 그러면서 변호사 업무가 꼭 중매쟁이 역할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기의 뜻을 법원, 검찰, 경찰, 행정기관에 알리고 싶은 사람들이 그 절차나 효과적인 방법을 몰라 변호사를 선임하면, 변호사는 의뢰인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의뢰인과 법원 등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지요. 변호사는 의뢰인의 의지와 뜻을 잘 전하기 위해 어떤 경우에는 대신 다투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대신 빌기도 합니다. 배우자를 잘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중매인들을 통하지 않고 결혼하듯이 자신의 뜻을 잘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는 없겠지요. 다만, 공부를 충분히 하여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겠지요. 예전보다 손쉽게 법률에 관한 자료를 찾아 공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필요한 점을 묻고 자료를 찾아 공부해서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도 자신의 뜻을 잘 전해서 재판을 이기는 사례도 많이 보게 됩니다.

변호사들은 법률적인 중매 이외에도 다른 분야에서도 다리역할도 합니다. 다양한 직업, 특별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을 많이 접하기 때문에 그들의 만남을 효과적으로 주선하기도 하지요.

중매를 하면서 서로의 약점보다는 좋은 점을 과장해서 강조하게 되고 듣는 사람도 이런 사실을 잘 알아듣고 서로를 보아야만 하지요. 그런데 의뢰인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을 들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전에 폭력행위로 상처를 입혔다가 구속된 작은 가게 주인을 도와 구속적부심사청구를 하였고, 가게 주인은 제때 석방되었습니다. 그런데 석방된 가게 주인은 재판일자가 빨리 잡히지 않자 다시 구속될까 염려되고, 불안하여 매일 방황한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불안을 없앨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다시는 구속되지 않는다고 장담해달라는 것입니다. 다시는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니 가게주인은 안심하며 돌아갔습니다. 며칠 후 그래도 불안을 떨쳐버릴 수 없으니 돈을 받고 장담한다면 진짜로 믿겠다고 하였습니다. 당연히 가게 주인의 불안을 지울만한 돈을 받았고, 확언도 했습니다. 별달리 바뀐 사정도 없었는데도 가게 주인은 자신이 믿고 싶은 상황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같은 말을 믿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작고 큰일을 하면서 의사며, 회계사, 건축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라는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 분들은 변호사처럼 대체로 중매쟁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각 분야에 잘 모르는 일을 접하게 되면 그분들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정보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잘 알아듣고 마음을 결정하는 것이 우리 몫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김승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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