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내 일부 핵심인사들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한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발언이 지난 주말 여권핵심부를 들쑤시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촛불시위 등 쇠고기정국이 수습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 의원이 핵심인사들끼리의 갈등을 수면위로 제기한 데 이어 곧바로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 반박하고 나서는 등 여권 핵심인사 간 갈등이 권력투쟁 양상으로 전개되자 여권은 '쇠고기 민심에 기름을 붓는 꼴이 아니냐'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9일 "(정 의원은)정치적 파산상태"라며 "그에게 무슨 세력이 있는가. 그런 식으로 개인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공론화하는 것은 한때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사람으로서 있을 수 없는 배신행위"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이 지목한 인사 중 박 비서관 외에는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이상득 의원도 "(정 의원이) 충정의 뜻으로 한 말이니 일정 부분은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의 발언을 반박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으로 대응기조를 정한 듯했다. 정 의원 본인은 주말인 7일 언론보도직후 보좌관들을 통해 "(언론보도 내용을)부인하거나 변명할 생각은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뒤 언론과의 접촉을 끊었다.
이에 앞서 정 의원은 한 조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인사들이 국정 수행에 집중한 게 아니라 전리품 챙기기에 골몰했다"면서 청와대의 A수석과 B, C비서관, D의원 등의 4명이 권력의 사유화에 앞장섰다고 지목했다. 특히 그는 "청와대의 A는 욕심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대원군을 쫓아낸 민비(명성황후) 같은 존재다" "B는 이간질시키기의 명수" "청와대 세 사람은 D의원과 관계가 있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즉각 A수석은 류우익 대통령실장, B비서관은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 C비서관은 김백준 총무비서관, D의원은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정 의원의 '권력사유화' 발언은 이들과의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여권내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 의원은 이미 지난 4·9 총선 과정에서 이상득 의원의 공천반납을 요구하고 나선 '55인 선언'을 통해 한차례 '친위쿠데타'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등 여권의 분위기는 파워게임에서 밀려난 정 의원의 자충수라는 결론으로 귀착되고 있다. 그러나 곧 단행될 청와대와 내각의 인적쇄신 폭 등에 대한 여론추이에 따라 정 의원의 발언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여권핵심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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