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에서] 옥스퍼드와 대구

옥스퍼드(Oxford) 그리고 대구(大邱). 영국 잉글랜드 옥스퍼드셔카운티(Oxfordshire county)의 도시인 옥스퍼드와 대한민국 경상권역 도시인 대구!

'옥스퍼드'라는 단어를 들을 때 떠오르는 것은 유명 대학, '옥스퍼드 영어사전' 출간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의 배경 등이다. '대구'라는 단어를 들을 때 떠오르는 것은 교육 도시, 분지, 소비 도시, 섬유 도시 등이다.

옥스퍼드는 대학명이기도 하고 도시명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학 도시(University City) 혹은 대학촌(University town)이라 한다. 옥스퍼드는 크라이스트처치 컬리지(Christ Church College)를 비롯한 30여개 컬리지(college)로 구성된 유니버스티(University)이다. 대구에도 11개의 대학이 있다. 인근에 있는 대학까지 포함하면 대구도 '대학 도시'라고 할 만하다. 이쯤서 '대학 도시' 옥스퍼드와 대구를 견주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옥스퍼드에 있는 여러 대학들은 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허가를 받은 사람만이 캠퍼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등 학습 공간을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다. 우리 나라 대학은 거의 공원 수준이다. 캠퍼스 안으로 수많은 자동차들이 드나듦은 물론 강의실까지 외부인이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다.

옥스퍼드에서는 일반적인 강의 외에 지도교수와 학생이 직접 만나서 개인 지도를 하는 'Tutorial(개별지도), supervision(특별관리)'이 주요 교육 방법이다. 대구의 대학생들은 여러 학생들이 한 강의실에서 강연 같은 강의를 주로 듣고 있다.

옥스퍼드 관광의 중심은 머튼 칼리지를 비롯한 대학 건축물과 '보들리 도서관'(Bodleian Labrary), '애쉬몰 박물관' 등이다. 대구시 홈페이지에서 관광 명소를 클릭해 보면 '○○유원지', '○○랜드' 등 정체성이 불분명한 곳들은 들어 있는데 박물관, 도서관 등은 아예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옥스퍼드대학들 주변에는 서점, 기념품을 판매하는 가게 외 특별한 상점을 보기가 어렵다. 대구에 있는 대학 주변은 시장보다 번잡하다. 대부분 먹고, 마시고 놀 수 있는 가게들이다.

정부에서는 늘 대학의 경쟁력을 높일 방안 모색에 고심하고 있다.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첫 번째 전제는 '공부하는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 나라는 고등학교까지 별 쓸 데없는 '학습'을 시켜 힘을 몽땅 빼버리고, '대학'은 '노는 곳'이거나, '취직 준비하는 곳'으로 전락시켜 버렸다.

고등학교까지는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고, 사회 생활을 위한 기초적인 지식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 심신의 건강한 발달을 꾀하기 위한 예체능 교육, 사회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 다음 대학에 가면 코피 터지도록 공부해야 졸업할 수 있도록 교육 패러다임을 확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옥스퍼드와 견줄 수 있는 '대학 도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박정곤(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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