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본격적으로 엄습하는 6월. 이맘때면 학생들은 조금씩 지치기 마련. 무엇보다 자녀들의 건강과 체력 관리가 학부모들의 관심거리다. 더구나 최근 학생들은 과거보다 체격은 커졌지만 체력이 떨어지고 비만이 늘어나 부모들의 걱정은 더해 간다. 이른바 '약골'이 되고 있는 것. 한창 뛰어놀아야 할 초등학생들이 숙제와 학원에 쫓겨 제대로 운동할 여유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이렇게 되자, 학생들의 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는 사설 기관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고 학교들도 학생들의 체력을 키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차는 학원, 2차는 '스포츠스쿨'
3일 오후 8시 대구 수성구 지산동의 한 스포츠스쿨. 실내 농구장 안에는 7명의 아이들이 "하나, 둘, 셋"이라고 구호를 외치며 팔과 다리를 동시에 흔들며 걷기에 한창이다. 팔을 뒤로 하고 빠르게 뛰거나 바닥에 사다리를 펼쳐놓고 점프를 하기도 한다. 10여분 만에 아이들은 헐떡이는가 하면 어느새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김태현(10·중앙초교 4학년)군은 "1년 정도 꾸준히 수업을 했는데 체력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며 "학교에서 단체로 줄넘기를 했는데 다른 학생들은 100개를 넘기자 많이 힘들어했지만 나는 200개를 거뜬히 넘겼다"고 자랑했다. 자녀를 이곳에 보낸다는 정혜인(34·여·대구 수성구 황금동)씨는 "지난해 학교에서 운동회를 했는데 우리 아이가 너무 못 뛰는 걸 보고 학원에 보내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이 학원은 초교생을 대상으로 '종합체육수업'이란 이름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스트레칭과 밸런스 운동, 줄넘기, 짐볼 등 10여가지의 준비 운동을 시키고 농구나 축구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학원의 봉운중 실장은 "자녀들의 체력 향상은 물론 다이어트, 키, 스트레스 해소 등을 위해 이곳을 찾는 학부모가 대부분"이라며 "기초 테스트를 거쳐 체계적으로 체력을 관리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서구 상인1동의 다른 스포츠스쿨. 축구나 농구 등을 중심으로 줄넘기나 달리기, 매트운동 등 기초체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다. 학원 측은 "운동은 시켜야 하는데 자녀들이 학원을 다니느라 쉽게 여유가 안 생기고 함께 운동할 친구들도 없다 보니 체육학원을 찾는 것 같다"고 밝혔다.
대구에는 2, 3년 전부터 스포츠스쿨이 인기를 얻으면서 현재 실내 운동시설을 갖추고 체계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20여곳에 이른다.
◆학교도 체력 '담금질'
학교도 학생들의 체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등교 직후 달리기나 줄넘기 등을 꾸준히 시키는가 하면 기초체력을 측정해 '체력 부진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학교도 있다. 또 비만 학생들을 따로 모아 운동을 하도록 하거나 식단을 별도로 짜주는 경우도 있다.
해서초교(동구 지저동)는 올해 교육과학기술부의 학생건강체력평가시스템(PAPS) 시범학교로 지정되면서 지난달 초 전교생 1천60명의 기초 체력을 측정했다. 신체지구력이나 순발력, 근지구력, 유연성 등 크게 4가지로 나눠 테스트를 실시한 것. 이 학교 김영아 교사는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자신의 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계단 오르기나 자전거 타기, 달리기 등 개인 운동을 매일 하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월에 전교생의 기초 체력을 다시 측정해 체력의 변화를 스스로 확인하도록 한 뒤 체력 향상이 잘 안 되는 학생들은 학교가 별도로 관리할 예정이다. 최근엔 비만 클리닉도 만들었다. 28명의 신청을 받아 매일 아침과 방과 후에 운동을 시키고 식단도 학부모와 상의해 저칼로리로 꾸민 것.
달서초교(서구 중리동)는 4월부터 아침마다 전교생들의 달리기로 운동장이 시끌벅적하다. 학교에서 오전 7시 50분부터 40분간 달리기 시간을 마련했다. 학생들은 등교하자마자 가방을 한곳에 모아놓고 운동장을 달린다. 학년에 따라 운동장을 1~3바퀴 돈다. 학생들의 체력에 따라 달리거나 빨리 걷도록 하고 있다. 신미경 교사는 "학생들에게 1~5급으로 나뉜 '건강달리기 점검표'를 주고 스스로 급수를 정해 총 몇 ㎞를 뛰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침산초교(북구 침산3동)는 줄넘기가 학교 대명사가 됐다. 2006년부터 학생들에게 수시로 줄넘기를 하도록 지도하면서 기록장을 개별적으로 나눠줘 확인하도록 하고 있는 것. 배정임 교사는 "둘이 엇갈려 뛰기나 두발 뛰기 등 다양한 방법들이 담긴 동영상도 수시로 보여주면서 권장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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