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친절한 마에스트로

2006년 2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회 최종 러허설을 막 끝내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자리를 고치시는 금난새 선생님을 처음 만났다. 연주를 같이해 본 적은 있었으나 대화를 처음 나누는 어색함을 무릅쓰고 우리 학교 오케스트라 객원지휘를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청소년 음악교육과 인재 양성의 뜻을 피력하시면서 응해 주셨다.

처음 학교에 오셨을 때 많은 학생들이 환호했고, 유라시안 수석 단원 10명과 같이 연습하면서 학생들은 고등학교에서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기쁨을 누렸다.

1년에 100회가 넘는 연주로 국민 지휘자이자 흥행사로 가장 바쁜 음악인이신 그분이 서울도 아닌 지방의 예술고등학교에 매달 한두 차례 시간을 내주었고, 매년 연주회를 앞두고 열린 캠프에서는 학생들과 2박 3일 동안 같이 생활하면서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정신과 방향을 요구하였다. 고교생이라도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어떤 음악, 어떤 경우에도 대처하는 적응력과 음악을 흡수하는 능력들을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한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만들기 위해, 지방 연주가 끝나면 서울로 가시지 않고 피곤에 지친 몸을 이끌고 광양, 부산, 제주도에서 꼭 대구에 있는 우리 학교를 찾아주었다.

우리 학생들도 휴일인 토요일에 유라시안 오케스트라 연습실과 경기도향 연습실을 찾아가 단원들과 함께 연습하는 열의를 보였고, 선생님과 함께하는 연습시간에는 지각하는 학생이 1명도 없는 예의도 보여주었다.

선생님은 학생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로드맵을 만들고, 정열적으로 가르쳐 주셨다. 이런 과정에서 현악기는 지판을 정복한 듯 정확한 운지로 정확한 음정을 만들어내었고 목관의 섬세함과 격정적인 나팔소리가 맛깔스러운 연주로 발전하였다.

선생님은 첫해에는 정기연주회를, 지난해에는 명예교장에 취임하시어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축하 연주회를 지휘하여 학생들에게 무한한 가능성과 자신감, 그리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지난해 가을, 서울예고 챔버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미국 동부대학 순회 연주회를 가졌고 올해는 금호아시아나의 후원을 받아 경북예고 학생들과 미국 대학 연주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학생들이 세계적인 굴지의 대학에서 연주했다는 자부심과 자기의 재능을 발휘했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시야가 한층 깊고 넓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먼 곳도 마다하지 않고 대가를 바라지도 않으면서, 청소년들이 진정으로 음악계에 필요한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지휘봉을 흔드는 마에스트로, 친절하고 든든한 미래 음악계의 후원자이다.

경북예고 음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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