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이전지로 결정된 안동 풍천과 예천 호명면 일대를 찾았다. 300만 도민의 자치행정을 상징하는 신도청이 옮겨갈 현지의 주민들 분위기를 보고 듣기 위해서다. 주민들은 '실향에 대한 아픔'과 '낮은 보상가를 우려하는 불안감' 그리고 '개발에 대한 기대심리' 등 희비가 엇갈리는 복잡한 마음들을 털어놓았다.
높은 보상가와 도심지로의 이주를 기대하는 주민들이 있는 반면 남의 땅에다 농사를 짓고 있는 소작농이나 영세농들은 빈손으로 떠날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오랜 세월 땅을 일구며 살아온 고향을 떠나야 하는 '실향의 슬픔'에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또 전남과 충남도청 이전 과정에서 턱없이 낮은 보상가와 특별한 이주대책 없이 현지 주민들을 내몰아 말썽을 빚은 사례를 들며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불안해하는 눈치였다. 특히 보상가가 6억원 이상 될 경우 상황에 따라 높은 양도소득세 폭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 보상가에 대한 양도세 면제 등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이전지 중앙 검무산 아래에 위치해 50여가구 모두가 고향을 떠나야 하는 풍천면 갈전3리의 경우 다른 마을 주민들에 비해 불안감이 더 컸다. 이 지역 주민 절반 이상이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지어온 터라 토지 보상비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빈손으로 떠나 타 지역에서 어떻게 살지를 벌써부터 걱정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이 마을에서는 "안동시가 이곳을 도청 후보지로 결정하면서 주민들에게는 단 한번도 설명한 적이 없었다"며 '일방적 행정'에 대한 볼멘소리도 터져나왔다.
이 마을 조병매(63) 이장은 "자기 땅이 없는 사람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행정기관이 이런 현지 주민들을 위해 현실성 있는 이주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로 인근의 갈전1리 90여가구도 전체가 이주해야 하는 곳. 주민들의 불안감은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도청 건설과정에서 현지 주민들이 생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일감'을 줘야한다는 요구를 내놨다.
마을 노인들은 또 다른 걱정거리를 안고 있었다. 몇푼이라도 받은 보상가를 자식들에게 모두 주고 얹혀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다. 이 마을 김대기(57) 이장은 "사실 보상비 몇푼 받아서 농협 빚 갚으면 손에 쥐는 게 없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들은 고향을 잃는다는 슬픔과 불안한 노후 걱정에 벌써부터 가슴 답답해 하고 있다"고 했다.
주민 권정호(78) 할아버지는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고향을 떠나 어떻게 살아가느냐"며 "도회지 자식들 곁으로 가는 것도 선뜻 내키지 않고, 조상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잃는다는 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슬픔"이라고 전했다.
예천 호명 금능1리와 산합2리 주민들도 같은 고민에 빠져 있다. "3.3㎡당 얼마를 보상받을지 몰라도 이미 인근지역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있을 게 뻔해 대토를 살 수도 없을 것"이라며 "평생 이곳에서 곡식을 가꾸며 농투성이로 살아왔는데, 낯선 곳에 가서 소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앞길이 막막해진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도심으로 나가 작은 가게라도 하나 장만한다면 장래성 없는 농사일을 청산할 수 있는 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같은 마을에서도 빈농과 부농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호명면 산합2리 조원현(55)씨는 "대부분 주민들은 아직까지 기대심리보다는 불안함이 더 클 것"이라며 "북부지역 발전을 위해 땅을 내놓는 만큼 행정기관에서도 충분한 보상과 이주대책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 예천·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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